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다음날인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한 다음날인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어떤 정치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처럼 칩거하며 정치 무대에서 떠날지, 아니면 조기 대선 국면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지에 대한 관심이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헌재의 파면 선고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와 만나 "대선을 잘 부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6일에는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양면의 해석이 모두 가능하다고 본다. 정권 재창출에 대한 당부가 담긴 점에서 정치에서 발을 빼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반면 본인은 정치 현안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는 거리두기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이다.

정치권 다수 인사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형성된 30%대의 탄핵 반대 세력은 앞으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거기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 탄핵 변론 과정에 직접 참여해 계엄 선포의 정당성, 민주당의 입법 폭주 등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윤 전 대통령이 앞으로 내란죄 형사재판에 대응하면서 지지층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 전파 등을 통해 향후 조기 대선 정국에서 여당의 경선 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한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내진 않고 있기도 하다. 헌재 선고 직후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랑하는 대한민국과 국민 여러분을 위해 늘 기도하겠다"고만 밝혔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이 조용히 칩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국민의힘에서도 헌재 판결에 승복한다는 입장을 낸 만큼 탄핵에 반대한 일부 친윤계 의원들과 함께한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별다른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또한 윤 전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가뜩이나 보수와 진보로 양분된 민심이 더 분열될 수 있는 만큼 전직 대통령 신분에 걸맞게 처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의 행보는 앞으로 진행될 검경 수사에 따라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윤 대통령은 내란죄뿐 아니라 직권남용, 공천개입 등 여러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이며 재구속도 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방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은 6일 변호인단을 통해 탄핵 이후 두 번째 입장을 냈다. 그는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자유와 주권수호의 일념으로 싸우는 모습을 봤다"면서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에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죄송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