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렸다. 이 사건은 애초에 국회 측의 대통령 탄핵소추 충족 요건 미달로 각하됐어야 마땅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끝내 본안 심리에 들어가게 됐고, 본안 심리에 들어간 이상 법률가들은 대체로 법률적 영역 외에 다른 판단은 어렵다.

정치인은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법률가들은 법률적 각도에서 판단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이번 헌재 재판관들도 지난번 박근혜 탄핵 선고와 마찬가지로 그 판결문의 질적 수준이 언론사 5년차 논설위원 수준도 채 안 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판결문의 오류를 일일이 검토하는 것은 사실상 부질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판결문 중 특히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배경과 관련해 "계엄 당시로선 검사 1인과 방통위원장 탄핵 절차만 진행 중이었다"며 그 전 민주당의 22건 줄탄핵에 대해서는 눈을 감아버린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문형배 소장대행 등 재판관들의 역사·철학·정치에 대한 종합적인 지적(知的) 수준의 저열(低劣)함을 보여준다.

이번 판결문에 채워진 내용을 보면 공간은 거의 국회에, 시간대는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전후에 묶여 있다. 이 사건을 보는 재판관들의 시야가 그만큼 좁다는 뜻이다. 정치를 포함한 사회역사의 흐름은 연속과 불연속, 우연과 필연의 통합 형태로 진행된다. 이는 사실상 상식에 속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관들의 시야는 ‘계엄 선포 당시 민주당의 탄핵은 단 2건’ 정도로 좁다. 자유민주주의 삼권분립에 대한 사실상의 반란인 22건 줄탄핵 등의 ‘원인’과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결과’에 대해 이들은 판단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비교적 규모가 큰 정치 사건의 연속/불연속, 우연성/필연성에 대한 종합적 이해와 그에 따른 균형적인 판단을 이들 수준으로는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법률 기능공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들의 판결이 ‘대한민국 역사’가 될 수는 없다.

이밖에도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에 대한 오해, 국회 무력화 주장에 대한 과장 판단, 탄핵 절차의 적법성 문제 등은 이번 헌재 판결의 제한성과 법리적 오류를 잘 보여준다.

역사적인 정치 사건에 대한 미국의 연방대법원 판결문을 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강아지에게 성경 해석을 요구하는 것이나 비슷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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