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각국의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각국의 상호관세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면서 전면적인 글로벌 통상 전쟁을 선포했다. 그동안 전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갈취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야기했다면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 이상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초유의 조치를 내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 26%를 부과키로 하는 등 60여개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으로 분류, 기본관세 10%에다가 국가별 개별관세를 추가한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 방침을 밝혀 전세계에서 무역 전쟁이 확대되고, 그동안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도 보호무역주의로 급변할 전망이다.

한국은 철강에 이어 자동차(3일 발효), 상호관세의 직격탄을 맞게 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로 한미 FTA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미국과 새 무역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국가적 리더십이 부재하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진행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 이벤트에서 "오늘은 (미국의) 해방의 날"이라면서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미국의 무역상대국들이)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라면서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의 기본(baseline) 관세를 5일부터 부과키로 했다. 또 미국이 많은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선 기본 관세에다가 국가별로 차등화된 개별관세를 추가한 상호관세를 9일부터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상호관세는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토대로 미국이 자체적으로 계산한 상대국의 관세를 기준으로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매겼다는 설명이다. 백악관은 이들 국가를 비호혜적인 관세, 무역장벽, 기술 장벽, 비과학적 위생 기준 등이 있는 ‘최악의 침해국’이라고 표현했다.

한국 이외 국가의 상호관세율은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7% 등이다. 백악관이 배포한 8쪽 분량의 국가별 상호관세 명단에는 60여개국의 이름이 올랐다. 일부 국가의 상호관세율은 기본관세율(10%)과 같았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맺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국가에 대해서는 불법 이민 및 소극적 마약 대응을 이유로 별도로 25%의 관세를 부과한 상태지만, USMCA 적용을 받는 물품은 무관세가 유지되고 있다. 백악관은 해당 무관세는 ‘25%의 관세’를 내린 조치가 종료될 때까지 유지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철강 및 알루미늄(25%), 자동차(25%), 반도체 및 의약품(향후 발표 예정) 등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는 제품도 상호관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상호관세 발표에 맞서 다른 나라들은 고강도 대응 의지를 보이고 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유럽연합(EU)에 대한 상호관세에 대해 "부당하고 불법적이며 불균형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EU는 기존 철강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에 상호관세에 대한 맞불 관세도 더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일방적인 관세 부과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미국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예고했다. 중국은 자국을 타깃으로 한 기존 관세에 대응해 미국산 석탄, 액화천연가스(LNG)에 더해 농산물에 보복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자국 기업의 대(對)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 관세 발표 이후에 협상을 통해 이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으나 즉각적인 협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이날 "현재로서 우리는 이 새로운 관세 체제가 자리 잡게 하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무역 파트너가 비호혜적 무역협정을 시정하고 경제·안보 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상당한 조처를 할 경우 관세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미국은 보복관세에 맞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상호관세 이후에도 의약품, 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계속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발 글로벌 통상 전쟁은 갈수록 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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