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이 발표된 1일 일찌감치 헌재 인근 ‘진공상태화’ 작업에 들어갔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4일 탄핵 심판 결과를 선고하기로 하자마자 곧바로 헌재 인근 100m 지역을 진공상태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진공상태화’란 일반인들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는 상태를 말한다.
경찰은 당초 선고일 하루나 이틀 전부터 이 지역을 진공 상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는데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계획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1일 진공상태화 계획을 헌재 앞 국민변호인단 농성천막 등에 전달하고 자진 철거 답변을 얻어냈다. 또 안국역사거리에서 헌재 방향으로 향하는 북촌로의 차량 통행도 통제를 시작했다.
경찰은 일단 1단계로 반경 100m 이내를 진공상태로 만든 다음 추후 주변 집회상황 등을 고려해 차츰 범위를 넓힐 계획으로 알려졌다. 2단계로 헌재 주변 300m까지 진공상태로 만들어 차벽을 치고, 3단계에선 선고 당일 안국역을 중심으로 찬성·반대 집회 구역 사이 ‘완충구역’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완충구역은 선고 당일 탄핵 반대 집회는 안국역 4·5번 출구 쪽 삼일대로 일대에서, 탄핵 찬성 집회는 경복궁역 일대부터 동십자각까지 율곡로 일대에서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 그 사이 안국역 주변을 차벽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경찰은 또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릴 경우를 대비해 세종대왕상을 중심으로 주한 미국대사관과 세종로공원 사이 일대에 차벽과 경찰 부대를 배치할 방침이다.
경찰은 선고 당일 전국에 비상근무 태세 중 가장 높은 등급인 갑호비상을 발령해 경찰력 100%를 동원한다. 갑호비상은 비상상황 시 발령하는 경찰 비상업무 체제로, 경찰 연가가 중지된다. 선고 전날 서울엔 ‘을호비상’을 발령할 예정이다. 을호비상은 두 번째로 높은 비상근무 단계로, 가용 경력 50% 이내에서 동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폭력 사태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전국 기동대 338개 부대 소속 2만여 명을 동원하고, 그중 62%인 210개 부대 소속 1만4000명을 서울에 집중적으로 배치할 예정이다.
기동대는 이날 상하의 방검복과 방검장갑 등을 착용하고, 캡사이신 분사기, 120㎝ 경찰 장봉 등을 지참해 과격 시위에 대비한다. 경찰이 집회 참가자를 향해 캡사이신 분사기를 사용한 것은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경찰은 8년 전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일 때와 마찬가지로 헌재 인근에서 가장 폭력 사태가 많이 일어날 것이라 보고, 일정 지역에는 외부인 출입을 차단할 예정이다. 헌재 외 서울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상사는 서울 도심을 8개 권역으로 나눠 ‘특별범죄예방 강화구역’으로 지정해 대비한다.
경찰은 시위대가 헌재에 난입할 가능성을 대비해 이미 헌재 담장 위 철조망을 설치하고 경찰 차량·펜스를 보강한 상태다. 이는 2017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당일 흥분한 지지자들이 경찰 버스를 탈취하고, 헌재 난입을 시도하면서 총 4명이 목숨을 잃었던 사고를 고려한 것이다.
경찰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할수록 위협을 받는 헌법재판관에 대한 신변 보호 수준도 강화할 예정이다. 경찰은 헌법재판관 모두에게 전담 신변 보호를 하고 있고, 자택 안전관리도 112 순찰과 연계해 지속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