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5일, 개딸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이 이날을 기다렸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여부에 대한 1심 선고가 이날로 정해졌기 때문이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에게 제기된 사법리스크는 실로 엄청났다. 한 사람이 저리도 많은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지 놀라자빠질 정도. 이재명은 이 모든 게 조작이라고 우겼지만, 검찰은 제기된 혐의 대부분을 기소했고, 그 결과 이재명은 총 12개 혐의로 5개에 달하는 재판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재판 진행은 느려터졌고, 정권이 바뀐 지 2년 반이 지날 때까지 형 확정은 고사하고 단 한 번의 1심 선고조차 내려진 적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소 후 2년 2개월 만에 내려지는 공직선거법 1심은 이재명을 범죄자라고 단정지었던 수많은 이들에게 ‘첫 번째 정의구현의 장’이 될 터였다. 이재명 본인도 재판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을 예상했던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재판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예로부터 좌파들은 불리한 상황에 놓이면 상대방을 악으로 규정해 총공세를 폄으로써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임박한 2023년 9월, 이재명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을 빌미로 단식투쟁에 돌입했던 게 그 예.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선고를 2주 앞둔 11월 1일, 이재명은 "정치적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장외투쟁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그들이 내건 명분은 명태균 녹취록이었지만, 진실은 이재명 1심 선고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정치 쇼였다. 이에 발맞춘 듯 대학가에서 정체불명의 시국선언이 나돌기 시작하는 등 좌파들의 공세가 이어졌지만, 1심 결과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예상 밖의 형량에 좌파들이 오열했으나, 이재명의 몰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보였다.
반전이 생긴 것은 12월 3일 윤대통령이 내린 비상계엄.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그간 얼마나 비상식적인 짓을 했는지, 대한민국 특히 사법부가 얼마나 좌파들에게 장악돼 있는지가 알려짐으로써 계엄령을 ‘계몽령’으로 부르는 이가 생겼다. 하지만 대통령의 계엄령은 이재명과 좌파들에게 대대적인 반격의 기회를 허용한 악수였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는 날부터 2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져야 하기에, 시간상으로 봤을 때 이재명은 2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제 보수층이 기댈 언덕은 한시라도 빨리 이재명의 2심 선고가 나오는 것뿐. 이재명은 폐문부재 등 온갖 방법으로 재판을 지연시켰지만, 2심 선고일은 3월 26일로 결정된다. 게다가 최대한 빨리 탄핵 결과를 발표하겠다던 헌재는 생각처럼 일이 안 풀리는지 선고기일 발표를 계속 미뤘다. 이재명의 2심 선고일까지 헌재의 선고가 이루어지지 않을 게 확실해지자 민주당은 헌재 앞으로 달려가 규탄대회를 열며 헌재를 압박했다.
마치 해방정국의 좌우대립을 보는 듯한 혼란스러운 와중에 2심 선고일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생각했다. 1심 판사나 2심 판사나 그래도 판사는 판사인데 180도 다른 판단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김문기 씨를 모른다는 거야 기억의 오류라고 쳐도, 로비를 받고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을 해준 뒤 이를 ‘국토부의 협박’ 탓으로 돌린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이지 않은가?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재판 생중계는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재판 진행상황은 새로고침 버튼을 누르면서 기자들이 전하는 속보를 보는 수밖에 없었다. 오후 2시 30분, [속보] 이재명 2심 "김문기 몰랐다 발언, 거짓말한 것으로 볼 수 없어"란 기사가 떴다. ‘얼척없다’는 댓글이 달렸지만, 1심에서도 김문기 모른다는 일부 무죄가 나왔다며 자위했다.
하지만 2시 53분, ‘김문기와 골프치지 않았다’는 속보가 떴고, 3시 13분 골프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속보가 떴을 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그래도 백현동이 있다고 자위했지만, "백현동 발언은 의견 표명, 허위사실 공표 아냐"는 속보에 넋이 나갔다.
3월 26일 일어난 사법부의 난은 결국 이재명 무죄로 종지부를 찍는다. 고사상에 올라간 돼지머리에 현금 5만 원을 꽂은 것에 유죄를 선고할 만큼 엄격했던 공직선거법도 이제 폐기된 거나 다름없게 됐고, 이재명은 2020년에 이어 또다시 기사회생했다. 이제 그를 막을 방법은 헌재뿐, 내가 대통령 탄핵 기각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