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 기각으로 복귀한 당일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대통령 권한대행이 아닌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예정대로 탄핵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 총리를 향해서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을 경우 또 탄핵하겠다고 위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나온 한 총리 탄핵기각 결정문 내용 가운데 자신들이 보고 싶은 대목만 인용해 이런 위협을 했다. 결정문에서 헌재 재판관 8명 가운데 4명이 마은혁 헌재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은 것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점, 대통령이 아닌 권한대행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이상이면 탄핵 가능하다는 점만 인용한 것이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대통령 혹은 대통령 권한 대행이 헌재 재판관 임명, 상설특검 추천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위법한 것이라는 점을 판시했다"며 "유추하면 최상목 전 권한대행의 위헌·위법한 행위가 보다 더 명백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또한 "분명히 확인한 것은 한 대행에 대한 탄핵 의결 정족수는 과반"이라며 "대통령 탄핵 요건과 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한 총리는 지체 없이 즉각 마은혁 헌재 재판관을 임명해야 된다는 점을 신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 부총리는 비록 대행 자리는 내놨지만 대행 시절에 있었던 위헌·위법한 행위에 대한 징계처분은 유효하다"며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 절차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측은 이처럼 헌재의 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문에 대해 자의적인 해석을 했지만 결정문의 전체적인 맥락은 오히려 반대다.
마은혁 헌재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이 법률 위반에 해당하기는 하나 그 목적이 헌재 마비 등 국정 문란을 위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어 한 총리든 최 부총리든 탄핵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핵심이다. 즉 한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또 하지 않고 버틴다고 해서 탄핵이 되기는 어렵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게다가 민주당이 한 총리와 최 부총리를 향해 "탄핵하겠다"고 으름장 놓는 것과 같은 행동을 이미 민주당이 저질렀다는 점을 헌재가 지적하며 탄핵을 기각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12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 변론 당시 헌재는 소추 측인 국회 변호인단에게 "국회는 왜 여태껏 방송통신위원을 임명하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국회가 후보자를 계속 임명하지 않는데 그러면 방통위와 헌재는 일 하지 말라는 거냐"고 다그쳤다.
즉 민주당이 하는 행태를 한 총리 입장에서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이런 이유만으로 총리와 국무위원을 탄핵하기는 어렵다는 게 헌재 결정문의 핵심이다. 게다가 민주당이 동일한 사유로 총리를 또 탄핵한다는 것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정면으로 도전하는 꼴이 된다. 이래저래 헌재가 민주당 생각대로는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추진한 탄핵은 결정이 나온 9번 모두 기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