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기각에 단단히 뿔이 났다. 이 대표는 24일 헌재의 기각 선고가 나온 직후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며 ‘물리적 내전’이라는 말을 쓰는 등 특유의 거칠고 과격한 표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 천막당사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경범죄 처벌법을 어겨도 다 벌금 내고 처벌하지 않나. 우리 국민은 형법 조항이든 식품위생법이든 조항을 어기면 다 처벌받고 제재를 받는다"며 "그런데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이 명확하게 정한 헌법상 의무를 명시적으로, 의도적으로, 악의를 가지고 어겨도 용서되나. 이 점에 대해 우리 국민이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고 쏘아붙였다.
이어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함께 촉구하는 식으로 헌재를 압박했다.
이 대표는 "이승만의 제주도 계엄 사태 때 남자 청장년뿐 아니라 부녀자, 갓난아이, 심지어 임산부까지 무작위로 학살했다. 광주 5·18 당시 전두환의 계엄군이 무슨 짓을 했는지 설명해 드리지 않아도 알 것"이라며 "이번 12·3 계엄 사태에서도 5000명에서 1만명을 죽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이 그렇게 복잡한가.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안이 이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는데도 90일 남짓 만에 선고했다"며 "이 명백한 군사 쿠데타, 헌법·법률 위반에 대해 심리가 종결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선고를 기일조차 잡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 선고가 계속 지연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불안과 갈등이 촉발되고 있다. 심각한 대립으로 국민 사이에 전선이 그어지고 있다"며 "사실상 심리적 내전을 넘어 물리적 내전 상황이 계속 예고되는 상황이다. 신속한 선고만이 그간의 혼란을 종식하고 대한민국을 다시 정상화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온 국민이 윤석열의 불법적 군사 쿠데타로 잠을 못 이루고 있다"며 "그런데도 헌재가 선고 기일을 계속 미루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이날 발언이 나오자 여권에서는 지난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향해 "몸조심하라"는 경고를 한 것 등을 거론하며 "또 다시 이 대표의 과격한 습성이 나왔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와 본인의 재판 결과에 승복할지를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헌재의 한 총리 탄핵 소추에 대한 선고가 기각으로 결론 나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조속한 탄핵 심판을 촉구하는 쪽으로 공세를 전환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소가 즉각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선고를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며 "오늘 바로 선고 기일을 지정하고, 내일 당장 선고해달라"고 강조했다.
한민수 대변인도 "헌재는 내란으로 인한 국가적 혼란과 정치적 불안정성의 엄중함을 인정하고 내란으로 인한 혼란을 정리하는 헌법수호 최고기관임을 보여야 한다"며 "조속히 선고기일을 지정해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열어 기각을 최종 선고했다. 재판관 8명의 의견은 기각 5명(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각하 2명(정형식·조한창), 인용 1명(정계선)으로 갈렸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해 다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한편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헌재의 기각 선고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공세를 집중시켰다. 나경원 의원은 "이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얼마나 정략적으로 줄탄핵을 해왔는지 밝혀졌다. 이 대표가 즉시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각하든 기각이든 국정 혼란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과 헌법재판소가 지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원식 국회의장까지 함께 겨냥해 "민주당에 동조해 줄탄핵의 공범이 된 이상 정치적 책임을 지고 국회의장직에서 사퇴하라"며 "이 대표도 국정 혼란과 마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즉각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