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최초로 여성과 유색인종이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기약 없이 미뤄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을 폐기 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시에 따라 여성·유색인종 우주인을 달에 최초로 착륙시키려는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는 1972년 아폴로 17호의 마지막 비행 이후 반세기만에 추진되는 NASA의 유인 달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핵심 공약이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NASA는 홈페이지 내 달 유인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를 소개하는 난에서 "NASA는 이전보다 더 많이 달 표면을 탐사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사용해 최초의 여성, 최초의 유색인종, 최초의 국제파트너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킬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NASA의 앨러드 뷰텔 대변인은 가디언에 보낸 이메일 성명에서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NASA 아르테미스 캠페인의 일환으로 달 표면에 승무원을 파견할 계획에 대한 표현을 업데이트하고 있다. 우리는 NASA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계획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모든 이들의 이익을 위해 달과 화성 탐사를 확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르테미스는 2027년에 인간을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로 트럼프 집권 1기 하에서 시작됐다.그리고 여성과 유색인종을 처음으로 달에 착륙시키겠다는 계획은 아르테미스의 대표적인 정책이었다. 하지만 지난 1월 20일 트럼프 집권 2기 시작 후 전임 정부가 장려한 DEI 정책을 트럼프 대통령이 금지했고, NASA도 그 영향을 피해 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DEI 정책은 인사 정책 등에 있어 성별, 인종, 민족의 다양성을 배려할 것을 권고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의 과학기술 매체 아르스테크니카는 NASA의 이런 움직임이 특히 주목된다면서 아르테미스의 시작과 여성, 유색인종을 달에 착륙시키기로 한 결정 모두 트럼프 1기였던 2019년에 내려졌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가디언에 의하면 NASA는 지난 몇 년간 나이 많은 백인 남성이 주로 일한다는 평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제 1969∼1972년 6차례 진행된 아폴로 임무에서 달을 밟은 12명은 모두 36∼47세 사이의 백인 남성이었다.
미국 최초의 여성 우주인은 1983년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를 타고 비행한 샐리 라이드였고, 첫 흑인 우주인은 같은해 말 챌린저호에서 임무를 수행한 기온 블루포드였다.
NASA는 2022년 11월 무인 달 궤도선 아르테미스 1호를 쏘아 올린 데 이어 2026년 4월 유인 달 궤도선 아르테미스 2호를 발사할 예정이다.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해 캡슐을 타고 달 궤도를 돌게 될 우주인 4명 중에는 여성인 크리스티나 코흐와 아프리카계 남성 빅터 글로브가 이미 포함돼 있다. 아르테미스의 백미인 우주비행사들이 달의 남극에 착륙해 탐사 활동을 벌인 뒤 귀환하는 3호 발사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