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식목일을 전후해 북한 당국은 요즘 여느 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 나무를 심느라 극성이다. 지난해 엄청난 수해를 입으면서 산에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할 절박함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식목일을 ‘식수절’이라고 하는데, 원래 4월 6일이던 것을 3월 2일로 바꿨다. 3월 2일은 1946년 김일성의 본처 김정숙과 아들 김정일이 평양에서 처음으로 나무를 심은 날이다. 삼림학자들도 나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기 전인 3월에 심어야 활착률이 높다고 했다.

문제는 그렇게 극성을 부린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나무를 심지 않는 것만 못하니 아이러니다. 나아지면 나아졌지 왜 못하다고 하는지는 필자의 경험이 말해준다.

북한에 있을 때 해마다 식목일이면 의무적으로 산에 가서 나무를 심어야 했다. 더러 핑계를 만들어 빠진 적도 있으나 매번 그럴 수는 없었다. 억지로 끌려가서 하는 나무 심기가 실속 있을 리 없다. 함께 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를 심으면서도 드는 생각은 이 나무가 제대로 크기나 할까였다. 북한에서는 아무리 나무 심기 동원을 다그쳐도 실제 활착률이 심히 낮다.

실속있게 심어야 하는데 억지로 하는 일이니 빨리 할당된 몫을 채우고 집에 가고 싶어 대충 눈속임 식으로 심는다. 자기 몫으로 받은 묘목을 한 뭉텅이씩 땅에 통째로 파묻어 버리기도 한다. 감독자들도 숱한 사람들이 일시에 동원된 그 높고 넓은 산을 일일이 다 오르내리며 살필 수 없다.

게다가 심어놓은 묘목은 인근 주민들이 땔감으로 뽑아간다. 자기 집 뙈기밭이던 곳에 심은 묘목은 염소를 풀어놓아 죽인다. 장난기가 있는 염소는 봄에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난 묘목 끄트머리를 물어 올려 채길 좋아한다. 그렇게 묘목들이 죽어야만 뙈기밭이 자기 것으로 남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나무 심기에 앞서 우선 해야 할 일은 나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적 여건부터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나무 심기마저 정치행사 격이어서, 강제 동원에 의한 나무 심기는 하면 할수록 더 심각한 민둥산 만드는 일일 수밖에 없다. 필자가 언젠가 휴전선 인근 지자체가 대북 나무 심기 지원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반대 의견을 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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