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은 우주 대탐험의 시대를 열기 위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소다. 반세기 만에 재개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유인탐사 계획과 최근 잇따르고 있는 민간우주기업들의 달 탐사선 발사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우주개발 스타트업 인터룬(Interlune)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달을 향해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달에 묻혀 있는 고부가가치 자원을 채굴해서 지구로 가져와 첨단 산업의 부흥과 에너지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자 한다. 성공한다면 인류의 달 탐사는 과학적 목적을 넘어 상업적 목적의 자원개발의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인터룬은 달 자원개발을 목표로 1세대 민간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전 대표인 롭 메이어슨과 전직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헤리슨 슈미트가 2020년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의 최우선 타깃은 꿈의 자원으로 불리는 ‘헬륨3’로, 2027년 첫 탐사를 통해 달에 헬륨3가 충분히 매장돼 있음을 명확히 한 뒤 후보지를 선정해 본격적인 채굴에 나설 계획이다. 이어 2029년 파일럿플랜트를 운용하고, 2030년대 초까지 달의 헬륨3을 채굴해 판매하는 상업플랜트를 건설하는 것이 목표다.
메이어슨 대표는 "달에서의 천연자원 채굴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경제성도 갖출 수 있다"며 "헬륨3의 상업개발을 시작으로 산업용 금속, 희토류 원소, 물과 같은 자원을 수확해 인간의 달 거주와 우주경제를 지원하는 것이 인터룬의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그가 헬륨3에 주목한 이유는 뚜렷하다. 헬륨의 동위원소인 헬륨3는 달이 품고 있는 자원 중 그 가치가 가장 높다. 달 표면에는 약 100만톤의 헬륨3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단 1g으로 석탄 40톤에 맞먹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게 NASA의 계산이다. 1톤만 있으면 대도시에 1년간 공급할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헬륨3는 지구에선 극도로 희귀해 1㎏의 가치가 2000만달러(약 290억원)에 달한다.
이런 헬륨3의 최대 잠재 수요처는 첨단산업인 양자컴퓨팅과 핵융합 발전이다. 실제 극저온 하에서 초전도 환경을 구현해야 하는 고성능 양자컴퓨터는 절대영도인 0켈빈(K)에 가까운 밀리켈빈(mK) 수준의 냉각 시스템이 요구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헬륨3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달의 헬륨3는 이를 해결할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핵융합의 경우 삼중수소의 대체재로서 헬륨3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핵융합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하지만 삼중수소는 자연에 거의 존재하지 않아 핵융합로 내에서 중성자와 리튬을 반응시켜 얻고 있다. 가격은 1g당 3만달러(약 4300만원) 수준이다. 이를 헬륨3로 대체하면 핵융합발전의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며 에너지의 새시대를 열 수 있다. 게다가 헬륨3는 삼중수소와 달리 유해 방사선도 배출하지 않는다.
시장조사기업 머전 리서치에 따르면 양자컴퓨팅과 핵융합을 포함한 다양한 산업에서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전세계 헬륨3 시장규모는 2022년 3억7800만달러(약 5490억원)에서 2032년 8억8860만달러(약 1조2900억원)로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인터룬의 달 채굴 프로젝트를 단순한 공상과학적 발상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인터룬은 달 자원 채굴의 현실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수천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엔 미 에너지부(DOE)와 NASA도 연구자금을 지원, 기술개발을 돕고 있다.
그 결과, 인터룬의 계획은 연구에서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이미 비전 센서와 지상 관통 레이더, 로봇팔을 활용해 달의 가혹한 환경에서 자원을 굴착·분류·추출·분리할 수 있는 프로토타입 자율 채굴시스템을 개발해 기술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한 DOE 산하 태평양 북서부 국립연구소(PNNL)와 협력해 특정 물질이 자기장에 노출되면 온도가 변하는 자기열량 효과를 이용해 극저온으로 헬륨을 액화하는 신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헬륨3의 부피를 최소화해 운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으로, 자기열량 액화는 전통적 방법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비용도 적게 든다.
메이어슨 대표는 "인터룬은 달의 헬륨3를 시작으로 우주에서 천연자원을 상업화하는 최초의 기업이 되고자 한다"며 "이 목표는 기술적 혁신에 국한된 것이 아닌 우리의 공동 미래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