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소재 서울시 선관위 청사.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촬영한 사진이다. /연합
서울시 종로구 소재 서울시 선관위 청사. 지난해 9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촬영한 사진이다. /연합

감사원의 감사로 전국의 모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중에는 부정채용 담당자가 징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승진한 사례도 있다.

부정채용 의혹이 있는 경력채용 업무를 전담했던 서울시 선관위 중간 간부 A 씨가 올해 초 고위직(부이사관)으로 승진했다고 서울신문이 보도했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해당 간부가 부정채용에 연루된 혐의가 있다며 ‘강등’을 권고했다. 하지만 선관위 측은 "A 씨의 승진은 감사 결과가 통보되기 전 시점"이라며 "근무성적, 업무수행 능력 등을 토대로 통상적인 (승진) 대상이 돼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선관위가 높게 평가한 A 씨의 업무 역량이 드러난 사례는 2021년 서울시 선관위의 경력경쟁채용시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이후 부정채용 의심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내부 면접위원 4명의 평가점수를 임의로 조작해 다른 지원자를 불합격시키고, 관련 서류 파기까지 지시했다고 한다.

A 씨는 해당 경력 채용 지원자 가운데 B 씨가 신우용 당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상임위원(현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의 아들이라는 점을 파악한 뒤 상급자에게 알렸다. 신우용 상임위원은 직전에 서울시 선관위 상임위원을 지냈다.

당시 B 씨는 경기 안성시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B 씨는 선관위 경력 채용에 꼭 필요한 ‘기관 전출동의’도 받지 못한 자격미달 상태였다. 하지만 A 씨는 부하 직원으로부터 B 씨를 의원면직(퇴직)하게 한 뒤 선관위에 채용하는 방법을 보고 받은 뒤 그대로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B 씨는 서울시 선관위 경력채용 중 면접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 씨는 선관위에 입부한 지 7개월 만에 8급에서 7급으로 승진했다고 한다. 2023년 부정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선관위 자체 특별감사에서 B 씨의 부정채용 의혹이 드러나자 A 씨는 "면접위원들에게 응시자의 가족관계를 가리고 제공했다"고 허위 진술을 하는 한편 부하 직원에게는 "관련 서류를 파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선관위는 자체 특별감사 후 2023년 6월 신우용 상임위원,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김정규 전 경남선관위 총무과장의 자녀 부정채용 의혹을 직접 수사 의뢰했다. 하지만 부정채용 담당자였던 A 씨는 감사원 감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올해 1월 초 부이사관(3급)으로 승진했다.

부정채용으로 입부한 B 씨는 2023년 7월 직무에서 배제됐다가 지난해 1월 업무에 복귀한 뒤 여전히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 같은 비위 혐의가 확인된 A 씨를 가리켜 채용 공정성과 형평성을 훼손했다며 ‘강등’ 등 중징계를 권고했다. 신문에 따르면, 선관위는 "감사원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해 엄격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특혜 채용 문제에 깊이 반성하며, 인사 운영규정을 정비하고 감사기구 독립성을 강화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관위 내부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한다. "채용 비리가 이미 안팎으로 불거진 상황에서 감사원 조사 대상을 승진시킨 건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고 한다. 한 선관위 직원은 "A 씨가 선관위 전 간부 아들의 부정채용에 관여했다는 말이 내부에서 많았다"며 "A 씨가 승진하는 것을 보고서 선관위 카르텔이 여전히 공고하다는 생각에 자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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