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자녀들의 부정채용 문제로 국민적 비난을 받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여론을 의식해 부정채용된 고위직 자녀 10명 모두 임용취소하려 하자 선관위 노조가 공개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새로 출범한 선관위 노조는 언론 인터뷰에서 "부정채용 등에 바른 목소리를 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 8일 부정채용 의혹이 있는 고위직 간부 자녀 10명에 대해 임용 취소 절차를 진행 중이며, 1명은 이미 면직됐다고 밝혔다. 절차를 진행 중인 10명에게는 청문 출석 통지서를 보내는 등 당사자 의견 청취 절차에 착수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임용 취소 대상자들은 모두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중앙선관위는 또한 부정채용 과정에서 부적절하게 업무를 처리한 직원 등 16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징계위원회에서 6명을 파면 또는 정직 처리하고, 10명에게는 감봉·견책 등 경징계를 내렸다고 중앙선관위는 설명했다. 이들 외에 2명도 추가로 징계위원회에 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부정채용 대상자에 대한 임용 취소 절차에 착수하자 선관위 노조가 내부 게시판에 "위법한 직무 배제와 비례 원칙을 무시한 ‘일괄적 임용취소’ 조치를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냈다고 채널 A가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채용 비리에 대한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기 전 임용 취소 결정은 부당하다"는 게 선관위 노조의 입장이었다.
"이 같은 반발은 부정채용 대상자 임용취소를 결정하는 회의에서도 터져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방송은 전했다. 선관위 사무처 출신 선관위원은 "임용 취소는 너무 가혹하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냈고, 다른 선관위원도 "대선을 앞두고 위법적 요소가 있는 결정을 강행하는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렇게 부정채용 대상자 임용 취소에 반발한 사람들은 부정채용이 범죄라는 판단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공무원법 등에 따르면 부정 임용(채용)된 사실이 드러난 공무원은 임용이 취소되는 것은 물론 형사처벌도 받는다. 전례로 보면, 관련자 대부분이 구속 기소됐다.
부정채용된 간부 자녀들의 임용 취소에 선관위 노조가 반발한 것 또한 문제다. 지난해 11월 세계일보는 김규범 선관위 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2009년 10월 당시 선관위 노조가 민노총에 가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노조원들이 탈퇴하면서 해체된 지 15년 만에 다시 만든 노조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노조 자체가 상급기관(중앙선관위)에 상당한 압박이 된다"며 "채용비리 의혹 등 문제가 생길 때 직원들이 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생긴 것이다. 선관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지 않게 내부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문에 따르면, 그는 중앙선관위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요식 행위’에 그치지 않도록 직원들 요구를 명확히 전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불과 5개월 뒤 그가 이끄는 선관위 노조는 부정채용된 사람들의 임용 취소를 강하게 반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