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 등 불법적인 행태가 드러난 선거관리위원회가 이제야 국민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에는 선거철만 되면 휴직자가 늘어나는 관행에 제지를 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12일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전체 직원들에게 선거철 휴직을 자제하라는 공지를 했다고 중앙일보가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용빈 사무총장은 지난주 각 시·도 선관위에 "향후 관리하는 선거에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불요불급한 휴직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한다"며 "자제 안내에도 불구하고 불요불급한 휴직 후 복직한 직원은 결원 상황 등을 반영해 다른 시·도로 전보발령 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해당 공지를 낸 이유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에서 일부 직원들이 선거관리 본연의 직무를 외면하고 불요불급한 휴직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는 게 선관위 측 설명이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선관위의 추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언론과 국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2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선관위가 얼마나 부패했는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경력자 부정채용뿐만 아니라 선거철만 되면 휴직을 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일 SBS 보도에 따르면, 2020년 2월 총선 전 휴직자는 134명이었다. 그런데 2021년 2월에는 휴직자가 84명으로 대폭 줄었다. 그리고 2022년 6월에는 다시 휴직자가 226명으로 늘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대거 휴직한 것으로 의심됐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조기대선’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올해 1월과 2월에만 휴직 신청을 한 사람이 51명이었다. 이렇게 휴직자는 다시 133명으로 늘었다.
선관위가 직원들이 선거철만 되면 대거 휴직하는 것을 ‘관행’이라며 봐준 것에 다른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김대웅 중앙선관위 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선거가 있을 때 휴직이 많으니 업무 과부하가 걸리고, 이걸 이유로 또 경력직 채용을 늘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의 공지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직원들은 자기네가 무슨 잘못을 하는지 모르는 모양새다. 신문에 따르면, 선관위 내부에서는 "이미 휴직할 사람들은 했다"거나 "불요불급한 휴직 기준이 뭐냐"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이 큰 경력자 부정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선관위 내부에서는 자성이나 자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소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