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구속영장 취소로 풀려난 뒤 경찰의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전후 경찰 전체 인력의 10%를 동원해 헌법재판소를 둘러싸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수십 차례의 탄핵반대 집회에서 무질서 상황이 거의 없었음에도 경찰이 지나친 경비 계획을 세운 것은 집회 참가자를 ‘잠재적 범법자’로 보는 것은 물론 자칫 치안 공백 상황마저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헌재 탄핵 선고 당일 전국 경찰 13만 4000여 명 가운데 10% 이상을 서울에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초 계획은 서울 시내에 기동대 190여 개 부대, 1만 2000명 이상을 배치한다는 것이었으나 윤 대통령이 석방되자 인력 증원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탄핵심판 선고일 무렵 헌재 인근과 광화문 일대에 기동대 80여 개 부대 5000여 명 이상, 선고당일에는 140여 개 부대 9000명 이상을 배치해 시민들의 접근이 완전히 불가능한 ‘진공상태’로 만들겠다는 게 경찰 수뇌부의 계획이라고 한다. 해당 작전에는 총경급 이상 지휘관 30여 명, 경찰버스(기대마)와 특수차량 등 장비 620대를 동원하기로 했다.
4000~5000명의 나머지 부대는 ‘시위대가 습격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국가 대사관, 헌법재판관 자택, 서울중앙지법, 서울서부지법,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한다.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시위대가 습격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 대사관으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영국, 캐나다 등을 꼽았다는 점이다.
경찰은 이 외에도 서울경찰청 일선 형사들까지 동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형사들은 ‘극단적 행위’에 대비해 가스총과 테이저건을 지참하고 집회 현장에서 대기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이런 ‘헌재 경비계획’에 비판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월 19일 새벽에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사태를 내세워 헌재와 광화문 일대를 ‘진공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탄핵반대 집회 주최 측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이 시민들을 조롱하거나 윽박지르는 일이 있었던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서울서부지법 인근 집회를 제외하면, 전국 각지에서 열린 탄핵반대 집회 때마다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이 모였어도 경찰과의 충돌도 없었고 휴지 조각 하나 없이 뒤처리까지 다 했는데도 헌재와 광화문 일대에 출입 자체를 막는다는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경찰 안팎에서는 다른 지적이 나온다. 경찰 수뇌부 계획을 살펴보면, 경비 인력뿐만 아니라 일선 경찰서와 파출소 인력까지 차출해 탄핵심판 선고당일 헌재와 광화문, 각국 대사관 일대에 배치한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일선 경찰 사이에서는 "자칫 치안공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수뇌부가 헌재와 광화문 외에 각국 대사관과 서울중앙지법, 서울서부지법에까지 대규모 경비 인력을 배치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었다. 탄핵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상식적으로 우방국 대사관은 물론 중국, 러시아 대사관을 공격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서부지법 경비 계획에 대해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