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과 이후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덕분에 국민들은 그동안 실체를 몰랐던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알게 됐다. 그동안 선관위 문제를 파헤쳐온 감사원은 "감사할 권한이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다음 카드는 회계감사"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국일보는 지난 3일 "헌재가 (선관위에 대한) 감사 권한이 없다고 한 부분은 직무감찰이지만 기본적으로 ‘기관운영감사(회계감사)’는 가능하다"는 감사원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선관위 현실에 비춰 (헌재 결정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을 칼로 자르듯 명확히 분리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회계감사를 통해 직무 관련 (비위가) 드러나는 게 있으면 선관위에 조사를 하라고 할 수 있고, 범죄 혐의로 인정될 것 같으면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관계자의 설명은 지난달 27일 "헌법상 대통령 소속으로 행정부에 속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에 선관위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헌재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선관위 관련 의혹을 끝까지 파헤치겠다는 감사원 측의 의지로 풀이된다.
선관위는 그동안 ‘헌법기관’을 자칭하며 제대로 된 감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에는 역대 선관위원장이 모두 판사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 현재 헌재 재판관 8명 가운데 6명이 선관위원장 경력을 갖고 있다.
만약 감사원이 회계감사를 시작하면 선관위 직원 가운데 신분을 보존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비대한 선관위 조직과 예산 때문이다.
선관위는 3000명의 상근 직원을 거느리고 있다. 연간 예산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민간단체 ‘나라살림연구소’가 2020년 3월 기획재정부 등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20년 선관위 예산은 7301억 2100만 원에 달했다. 정부 부처 인원과 예산을 단순 비교해선 안 되지만 1인 당 2억 4000만 원이 넘는 예산은 의문이 들게 한다. 부동산 투기를 했느냐는 지적도 있다.
월간조선 2023년 7월호 보도에 따르면 선관위는 2018~2022년 전국 시·군·구 14곳에 청사를 지었다. 시·군·구 선관위 근무 직원은 평균 8명이었다. 선관위는 보도 당시 전국 곳곳에 204개의 단독청사를 보유하고 있었다. 경기 과천시 소재 중앙선관위 청사는 면적이 무려 2만 4929㎡였다.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은 300여 명에 불과했다. 매체는 "중앙선관위 직원 1인 당 건물 면적은 52㎡"라고 지적했다. 지방 선관위 청사는 ‘공간 낭비’가 더욱 심했다고 한다.
이런 선관위의 예산 사용이 과연 적절했는지는 감사원 회계 감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을 통해 이전 정부 정책의 문제점들을 가려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경찰 수사권 조정, 국가정보원 국내정보수집권한 및 대공수사권한 박탈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파악·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환경부의 4대강 보 해체 및 개방, 월성 원전 1호기 조기폐쇄, 서해공무원 피살 사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논란 등에서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국민들에게 알렸다.
또한 2023년 7월 말부터 논란이 일었던 새만금 잼버리도 감사에 착수, 지난해 6월부터 감사보고서 작성을 시작했다. 우한폐렴(코로나 19) 대유행 과정, 문재인 정권의 사드 정상 배치 지연도 감사할 예정이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일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하며 감사를 저지하려고 시도했다. 선관위에 대한 감사 또한 저지하려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