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그 법카, 3억9000만 원 관련하여, 고발됐잖아요? 혹시 조사 받으셨어요?" 국회 대정부질의가 있던 2월 14일, 최민희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던진 첫 번째 질문이다.
작년 7월, 이진숙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장기간인 3일, 질의시간 33시간 7분에 달하는 역대급 괴롭히기 청문회를 거쳐 방통위원장이 됐다. 과방위원장인 최민희는 총 질의시간의 10%를 혼자 사용하며 집단 괴롭히기를 주도했는데, 이를 참아낸 보람도 없이 이진숙은 임기를 딱 하루 수행한 뒤 민주당이 발의한 탄핵안에 의해 업무가 정지된다.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된 건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1월 23일, 그러니까 저 대정부질의는 이진숙이 방통위에 돌아온 뒤 최민희와 가진 첫 만남이었다. 잘못된 탄핵으로 고초를 겪게 한 것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 표시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들이 청문회에서 일방적으로 주장했던 법카 의혹을 첫 질문으로 던진 건 황당하다. 방통위원장 탄핵으로 인해 작년 말에 하지 못한 방송사 재허가, 탄핵의 단초가 됐던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하는 문제 등등을 비롯해 과방위에 시급한 사안이 어디 한둘인가? 게다가 액수도 다르다. 민언련 등 좌파시민단체가 고발한 것은 맞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1억4000만 원이던데, 3억9000만 원이란 액수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걸까?
평상시 최민희가 법카 유용에 진심이라면 이해해줄 수도 있지만, 그런 것도 아니다. 예컨대 3년 전, 김혜경이 경기도 법카로 소고기와 복어, 초밥 등을 먹은 게 제보자 폭로로 드러났을 때, 최민희는 이렇게 변명했다. "2021년에 10만 원짜리 (물품을 결제하는 데) 십여 차례 썼을 뿐이다. 겨우 100만 원을 (유용)하기 위해 김혜경 사모가 사주하고 조장했다고 한다."
김혜경은 공직자의 배우자로, 법카를 쓸 자격이 아예 없는 이, 그녀의 내로남불에 질린 박정훈 의원은 과방위 국감에서 김혜경의 법카 유용에 대해 지적한다. "슬기로운 법카생활을 했는데 민주당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어요." 그러자 최민희는 과방위원장 자격으로 즉각 발언을 중지시킨다. "그 분이 방통위원장 후보라도 됩니까? 이 위원장의 법인카드 문제는 공직자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에 검증을 하는 거죠. 만약 무관한 사람을 계속 끌어들이면 마이크를 꺼버리겠어요!"
그렇다고 최민희가 법카로 1억여 원을 사적으로 유용한 이재명에 대해 비판한 적이 있느냐면, 그런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공직자인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인데도 말이다.
이재명 부부 타령이 좀 지겨울 것 같으니, 과방위 소관 공직자인 유시춘 EBS 이사장의 예를 들어보자. EBS 이사장으로 5년간 재직하는 동안 유시춘은 법카를 700여 차례 썼는데, 그 중 70회를 주말에, 그것도 유명 관광지에서 쓴 게 드러났다. 게다가 EBS 이사장은 비상임임에도 EBS 차량을 혼자 독점해서 탔고, 법카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작년 말 방통위가 마비된 틈을 타서 편법으로 3번째 연임을 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작년 10월 15일 유시춘은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이 사실이 언론 보도로 나왔다. 그런데 유시춘은 이틀 뒤 열린 EBS 이사회에서 "업무상 배임혐의로 기소됐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언론의 가짜뉴스에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법원에서 확인한 바, 유시춘의 죄명은 정확히 업무상 배임이었으니 말이다.
사실 그녀는 거짓말의 달인이다. 유씨 아들이 마약 밀수로 유죄판결을 받았는데도 EBS 이사장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자 유시춘은 "아들이 무죄를 받은 뒤 이사장이 됐다"고 둘러댄다. 그런데 유시춘 아들은 2018년 7월의 2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구속됐고, 유씨가 EBS 이사장이 된 건 그해 9월이다. 아들의 3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유시춘은 "아들은 마약 밀수 안했다. 내가 범인 잡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쉽게도 그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런 비리에 대해 김장겸 의원이 국감에서 지적하자 최민희는 뜬금없이 유시춘을 변호해 준다. "그분은 민주화투쟁의 별 같은 분입니다. 함부로 폄훼하지 마세요. 그분의 무고함이 밝혀질 거라 믿습니다."
유시춘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민주화운동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정말 그랬다면 그녀가 단지 유시민의 누나로만 알려져 있진 않았을 테고, 나무위키가 그렇게 휑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유시춘에게 한없이 따뜻한 최민희를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전 세계 내로남불 대회가 있다면, 1등은 무조건 최민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