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게 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메모’다. 이 메모에는 소위 ‘계엄 시 체포할 인원 명단’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홍장원 전 차장의 ‘주장’은 신뢰를 잃고 있다.
최근 홍장원 전 차장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헌법재판소 변론기일 증인으로 출석해서 "홍 전 차장의 말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국정원 CCTV 기록을 1초 단위로 다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실제로 국정원 CCTV 기록에 따르면, 홍 전 차장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국정원 청사 CCTV 기록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확보했다고 한다. 채널A에 따르면 국정원 청사 CCTV를 보면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0시 43분 국정원 본청 건물 밖으로 이동했다. 오후 10시 45분에는 국정원장 공관 진입로를 통과했다.
홍 전 차장은 오후 10시 56분 다시 국정원장 공관 진입로를 통과해 본청으로 향했다. 오후 10시 58분 국정원 본청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이후 4일 새벽 1시 35분 국정원 본청 건물을 빠져나와 귀가하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홍 전 차장은 지난 18일 채널A의 ‘뉴스A’에 출연했다. 여기서 홍 전 차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하고는 그날(12월 3일) 3번 통화를 했다. (첫 통화인) 10시 46분에 전화는 제가 집무실에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원 CCTV 기록을 보면 같은 시각 홍 전 차장은 국정원 본청 건물 바깥에서 국정원장 공관 진입로를 통과하고 있었다.
그는 또 방송에서 "10시 58분에도 ‘(국정원장) 공관 공터’에서 한 48초 정도 대화가 이뤄졌다‘고 했다. 하지만 국정원 CCTV 기록에는 같은 시각 공관 진입로에서 본청 집무실로 이동 중이었다. 이처럼 그가 주장한 시간이 모두 틀리면서 그의 증언에 대한 신뢰도는 더욱 떨어지게 됐다.
홍 전 차장은 지난 13일 헌재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이 그의 주장과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뒤부터 연일 조 원장을 비난했다.
조 원장은 "홍 전 차장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메모를 작성했다고 헌재에 나와 증언했지만 국정원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홍 전 차장은 그 시각 청사 집무실에 있었다. (체포 대상 정치인 명단을 적은) 메모 또한 4종이나 존재한다"며 그의 증언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지난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 출연한 홍 전 차장은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은 조태용 원장"이라며 "CCTV에 담긴 자신의 동선(動線)을 초 단위로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공개한 4개의 메모(계엄 시 체포할 정치인 등의 명단)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조태용 원장의 평가에 대해 "그건 신뢰를 흔들기 위한 굉장히 고도의 용어 혼란 전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수영 의원이 19일 공개한 CCTV 기록을 보면 홍 전 차장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와 관련해 박수영 의원은 "10시 46분, 10시 58분 두 차례 통화에 대한 진술까지 거짓이 가미된 것이 밝혀진 셈"이라며 "장소조차 제대로 특정하지 못하는 등 홍 전 차장의 진술은 상당히 오염된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