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44% 증가’하며 수출 견인...계엄·탄핵 불확실성에도 12월도 '순항'
15개월째 수출 플러스...대미 수출 사상최고·‘최대 시장’ 대중 수출 6.6%↑

/그래픽=김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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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와 국내 정국 불안 속에서도 작년 수출이 역대 최대인 6838억 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이 1419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면서 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반도체 단일 품목이 작년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했다. 작년 12월 수출은 6.6% 증가하면서 역대 12월 중 최고치를 기록해 월간 수출도 15개월 연속으로 전년 대비 증가하는 ‘플러스 수출’ 기조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2024년 수출액은 전년보다 8.2% 증가한 6838억 달러로 기존 역대 최대 규모이던 2022년 기록(6836억 달러)을 넘어섰다. 연간 수출 증감률은 2021년 25.7%, 2022년 6.1%, 2023년 마이너스 7.5%로 떨어지다 2024년 반등에 성공했다.

15대 주요 품목 중 반도체 수출은 43.9% 증가한 1419억 달러로 기존 최대 기록이던 2022년의 1292억 달러를 웃돌았다. 작년 4분기 들어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에도 DDR5·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부가 품목을 중심으로 연말로 갈수록 수출이 확대됐다. 작년 반도체 분기별 월평균 수출액은 1분기 103억 달러, 2분기 116억 달러, 3분기 122억 달러, 4분기 132억 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인 708억 달러를 기록, 2년 연속 700억달러 선을 넘겼다. 선박 수출은 2021년 수주한 LNG운반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이 본격적으로 수출되면서 18% 증가한 25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 밖에 석유화학(5.0%), 디스플레이(0.9%), 무선통신기기(11.2%), 바이오헬스(13.1%), 컴퓨터(76.7%) 등의 수출도 증가했다. 반면 이차전지(-16.5%), 철강(-5.4%), 일반기계(-4.1%), 섬유(-4.0%), 석유제품(-3.3%)은 수출이 줄었다. 15대 주력 품목에 들지 않지만 한국 식품과 미용 제품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농수산식품(7.6%, 117억 달러), 화장품(20.6%, 102억 달러)은 처음으로 수출액 100억 달러를 돌파해 역대 최대 기록을 썼다. 

지역별로는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 수출 모두 늘어나는 좋은 흐름을 보였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은 3대 수출품인 반도체, 석유화학, 무선통신기기 모두 호조세를 보인 가운데 전년보다 6.6% 증가한 133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수출은 전년보다 10.5% 증가한 1278억 달러로 7년 연속으로 역대 최대 대미 수출 기록을 경신했다. 자동차와 일반기계 중심 수출 호조 속에서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연계된 반도체 수출 증가가 대미 수출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수입액은 전년보다 1.6% 감소한 6320억 달러였다. 국제유가 등 에너지 가격 안정화에 따라 에너지 수입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작년 한국의 무역수지는 5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697억 달러 흑자) 이후 최대 규모 흑자다. 무역수지는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478억 달러, 103억 달러의 적자를 봤다가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연간 흑자로 돌아섰다.

산업부는 "2024년에는 반도체 등 IT 품목, 선박, 자동차 등 주력 품목과 바이오헬스·농수산식품·화장품 등 소비재 품목이 고르게 호조세를 보여 역대 최대 수출 실적과 무역수지 흑자를 동시에 기록해 2024년 수출이 2022년보다 내용적인 면에서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기준으로 지난해(1∼9월) 한국은 상위 10위 수출국 중 가장 높은 9.6%의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순위도 2023년 8위에서 6위로 다시 올라섰다.

정국 불안으로 인한 경제 영향 우려 속에서도 작년 12월 수출액은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월 수출액은 613억8000만 달러로 2023년 같은 달보다 6.6% 증가했다. 이로써 한국의 월간 수출은 2023년 10월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된 뒤 15개월째 전년 같은 달보다 늘어났다. 작년 12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1.5% 증가한 145억 달러로 월간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수입액은 548억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작년 12월 무역수지는 64억9000만 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월간 무역수지는 2023년 6월 이후 19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같은 우리나라의 수출 호조는 2025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전통적 효자 품목인 반도체와 무선통신기기 등 정보기술(IT)이 수출을 이끌 것이라는 데 연구기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AI 산업 성장에 따라 올해도 AI PC(컴퓨터)·모바일, 온디바이스 AI 신제품 출시, 자율주행, 국방용 AI 개발 등 반도체 수요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을 2% 내외로 보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작년 11월 발표한 ‘2025년 경제·산업 전망’에서 올해 한국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며, 작년보다 2.2% 증가한 7002억 달러로 사상 처음 70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같은 달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물량)이 2.1%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2기의 관세 장벽이 올해 현실화하지 않는다는 기본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전제를 뒀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같은 달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에서 올해 한국 수출 증가율을 1.8%로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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