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뒤의 이재명 - 우리가 몰랐던 그의 흑서]
(2) 성남 FC 불법 후원 의혹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사라질 것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와 관련된 의혹들이 정치적 이유로 묻힌다면 법원이 망한 것이다.
그가 관련돼 있는 의혹 가운데 아직 재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중 두 번째가 성남 FC 불법 후원이다. 지난 7월 수원지법 성남지청에서 열린 재판에서 해당 재판과 관련해 신청된 증인이 500여 명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장동 의혹 증인이 148명인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큰 사건인지 알 수 있다.
◇ 경기 성남 소재 대기업들 줄줄이 연루된 ‘성남 FC 불법 후원 의혹’
이재명 대표는 성남 FC 불법 후원 의혹과 관련해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중이다. 네이버, 두산, 차병원그룹 등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대기업들이 의혹에 연루됐다. 이 대표가 시장으로 있을 당시 성남 FC가 대기업들로부터 받은 후원금은 182억 원에 달한다. 후원을 한 대기업들은 숙원사업을 대부분 해결했다.
성남 FC는 원래 통일교 재단이 갖고 있던 성남 일화FC였다. 지난 6월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시 정 모 의원에 따르면 2013년 초 통일교 측에서 성남 일화FC 인수를 성남시에 제안했는데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이를 거절했다. 이때 이재명 시장은 시민구단 창단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재명 시장이 거절한 이유는 통일교 계열이라 기독교 쪽 반대가 심했고, 연간 150억 원이 드는 구단 운영비 부담이었다고 한다. 성남시는 2010~2011년 시 직장 운동부를 15개 중 12개나 해체할 정도로 운영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후 안산시가 성남 일화FC 인수를 추진했는데 갑자기 성남시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결국 2013년 10월 성남시가 이를 인수해 성남FC가 됐다고 한다. 출범 이후인 2014년 성남 FC의 광고비는 9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 43억 원, 2016년 64억 원으로 매년 급등했다. 이는 성남 소재 대기업들이 후원을 하던 때와 맞물린다.
두산건설은 2014~2016년 ‘성남 FC’에 56억 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두산 측이 소유한 성남시 정자동 병원 부지 약 1만 ㎡가 병원시설에서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이 됐다. 용적률 또한 250%에서 670%로 대폭 올랐다. 반면 기부채납하기로 한 땅은 14.5%에서 10%로 줄었다.
두산건설은 이 땅을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이 함께 만든 시행사에 2017년까지 매각해 1775억 원을 벌었다. 차익은 약 1649억 원이었다. 부지 매각 대금 가운데 1200억 원은 두산건설로 들어갔다. 두산건설은 게다가 이 땅에서 진행한 분당두산타워 신축 공사 일감까지 따내 매출 2518억 원을 일으켰다.
◇ 취약계층 위한 공익법인까지 ‘성남 FC 불법 후원’에 동원한 정황
네이버는 2015~2016년 ‘희망살림(현 롤링주빌리)’이라는 공익법인에 40억 원을 후원했다. 이곳은 취약계층의 금융복지를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이었다. 제윤경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임이사였다.
그런데 이곳 공동대표는 김어준의 처남인 인태연 전 청와대 비서관과 정진상 씨의 부산 브니엘고 동창인 이헌욱 변호사(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였다. 이 변호사는 네이버 후원 직후 성남FC 감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 또한 ‘희망살림’ 이사를 지냈다. 그는 2019년 5월 경기주택도시공사 이사로 선임됐다.
아무튼 ‘희망살림’은 네이버가 후원한 40억 원 가운데 1억 원만 운영비용으로 빼고 나머지 39억 원을 ‘성남 FC’에 다시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네이버는 제2사옥 건축 인허가 협조, 근린생활시설 10% 이상 반영, 최대 용적률 상향(870%→940%)과 공원 요지 매입 및 용도 변경, 자동차 진출입로 변경 등을 성남시에 청탁했다고 한다. 이후 실제로 성남시는 제2사옥 부지 용적률을 670%에서 913%로 크게 올려줬고, 제2사옥 주차장 입구도 고속도로 방향으로 바꿀 수 있게 됐다.
분당차병원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성남 FC’에 33억 원을 후원했다. 당시 차병원그룹은 분당경찰서와 분당보건소 부지를 매입한 뒤 이곳에 줄기세포 연구 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었다. 연구 단지를 조성하려면 용도변경과 용적률 상향이 필수적이었다. 차병원 그룹 회장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2014년 2월과 2015년 12월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 만남 이후 정진상 씨가 부동산 개발업자를 통해 성남 FC에 대한 후원금 30억 원을 요구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이에 차병원그룹이 후원을 결심하고 2차 만남이 있은 뒤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부시장 등이 참석하는 회의를 소집해 보건소 이전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차병원그룹이 후원을 마친 뒤 성남시는 2017년 3월 해당 부지에 줄기세포 연구단지 조성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허용했다. 성남시는 또 2018년 2월 보건소 신축 이후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차병원그룹이 매입한 부지 용적률을 200~250%에서 460%로 올려주고, 운영 병상 수도 당초 300~600개이던 걸 500~1000개로 대폭 늘려줬다.
이밖에도 NH농협은행이 36억 원을 ‘성남 FC’에 후원한 뒤 성남시금고 계약이 연장됐고, 알파돔시티는 5억 5000만 원을,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5억 원을 후원하자 준공 허가가 떨어졌다. 이런 사실은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로 밝혀졌다.
◇ 성남 FC 의혹 계속 제기됐음에도…尹 정부 들어선 2022년 5월에야 수사
‘성남 FC’에 대한 대기업들의 수상한 후원은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을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하지만 경찰은 증거불충분이라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후 검찰이 2021년 사건을 재검토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2021년 6월 대검찰청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수사팀의 금융정보분석원(FIU) 자료 요청을 반려했다. 당시 언론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직접 통화해 반려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박은정 지청장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22대 국회에 입성했다.
2021년 7월 경기 분당경찰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서면조사를 시작했고, 9월 증거불충분으로 검찰 불송치를 결정했다. 고발인이 이에 이의신청을 하자 검찰에 송치됐다. 박은정 성남지청장은 수사 부서를 형사 3부에서 형사 1부로 바꿨다.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수사를 방해 받고 있다"며 사표를 제출했다. 2월 검찰은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분당경찰서는 대선이 끝난 뒤인 2022년 5월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경찰은 2022년 7월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고, 9월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즉각 두산건설과 네이버, ‘성남 FC’ 등 20여 곳에 대한 입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해 2월 16일 검찰은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과 ‘성남 FC’ 불법 후원 의혹을 병합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이재명 대표는 현재까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