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었다. 민주당에서는 한숨이 나왔지만, 대한민국은 법이 살아 있음에 안도했다.
선고 소식에 "이재명은 끝났다"는 소리가 나왔다. 두 사건 재판 2심과 3심 모두 지금까지와는 달리 판결이 마냥 늘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에서다. 법원행정처가 지난 9월 "선거법 강행규정을 지켜달라"는 권고문을 각 법원에 보냈고,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른바 ‘6·3·3 원칙’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는 점 외에 1심 판결이 무려 2년 2개월 만에 나왔다는 점이 근거다.
즉, 1심에서 충분히 심리가 이루어졌으므로 2심에서 피고인 측이 제기하여 새롭게 다툴 사안이 없으며, 대법원의 3심은 사실 심리가 아니기 때문에 재판이 늦어질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이내, 늦어도 하반기에는 대법원의 최종심이 나올 것이고, 그때면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고 피선거권이 10년간 정지되는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민의 시선은 이제 오는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 재판에 쏠리고 있다. 정가에서 공직선거법 재판부의 판결로 위증교사 재판부가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증교사 재판에서도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법조계는 앞서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가 이 대표 구속영장 심사에서 위증교사 범죄혐의 사실은 소명된다고 적시한 바 있을 뿐 아니라 위증교사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이 대표 육성 녹음 파일이 전 국민에게 공개되었고, 무엇보다 위증한 장본인이 위증 사실을 법정에서 진술했다는 점에서 유죄판결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과거 판례에 비추어 위증교사 혐의에는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내다본다.
이번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검찰이 징역 2년 형을 구했는데 재판부가 징역 1년 형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점에 견주어 볼 때 검찰 구형이 징역 3년 형인 위증교사 재판 선고는 최소한 징역 1년은 넘을 거라고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징역 1년 6월이 유력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다만 재판부가 집행을 유예할지에서 의견이 엇갈린다.
법정구속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사 출신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위증교사·대북송금 등 혐의로 2022년 9월 21일 국회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사실을 들어 25일 판결에서 재판부가 징역형을 선고하며 집행을 유예하지 않을 경우 국회의 동의를 이미 받아놓은 상태라 법정구속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주 의원 말대로 이 대표가 25일 법정구속이 된다면 대장동을 포함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대장동·백현동·위례 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FC 후원금) 사건, 제3자 뇌물공여(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재판이 탄력을 받으며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가 구속되면 당무나 국회의원 업무를 이유로 걸핏하면 재판에 나오지 않는 일이 없어질 것이기에 일정 기간 당 재판 횟수를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재판 지연 원인이 되어 있는 수백 명의 증인이 정리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지금까지와 달리 이 대표 구속 이후에는 재판을 뒷받침할 변호사가 줄어 소수만 남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속한 판결을 향해 재판이 순항할 수 있으리라는 게 법조계의 기대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의 사정으로 보아 대장동 사건과 같은 굵직굵직한 재판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우려가 많다.
한편 이 대표 1심 판결 이후 첫 주말인 16일 오후 서울 도심인 광화문 일대에서 좌우 진영이 격돌했다.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민주당은 다른 4개 야당과 함께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3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집회 공식 명칭과는 달리 이 대표 유죄판결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주장이 넘쳐나고, 이 대표는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고 기염을 토했다. 위기감이 묻어났다. 반면 자유통일당,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등 우파 단체들은 동화면세점 앞 인근에서 ‘이재명 구속 촉구 광화문 국민혁명대회’를 열고 "우리가 이겼다. 이재명은 감방으로"를 외쳤다.
이날 양쪽 집회는 한 눈으로 봐도 규모에 있어서나 기세에 있어서 우파 우위가 뚜렷했다. 민주당 집회가 총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열린 데 반해 우파 집회는 자발적 참가자들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25일 있을 이 대표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예단케 하는 장면으로 해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