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사문제연구원·자유일보 공동기획
[북한군 파병 '성배'인가 '독배'인가] ① 평양정권은 왜 '독배'를 드는가
북한이 러시아에 상당수의 군대를 파병했고, 그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투입되고 있다. 북한군 파병은 신냉전 대결로 점철되고 있는 국제 안보정세에 파문을 던짐은 물론 한반도 안보와 남북관계에도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또한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자유일보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KIMA)와 공동기획으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그로 인해 야기될 국제적 파장 및 우리의 대응책을 집중 연구한다. <편집자>
① 평양정권은 왜 독배를 드는가-김형철 원장
② 북한군은 구원군인가 총알받이인가-송승종 교수
③ 북한의 목적과 러시아의 노림수-김열수 박사
④ 한미동맹과 대러시아 외교, 동행 가능한가-두진호 박사
⑤ 북중 관계 파탄으로 가나-조현규 박사
⑥ 한반도 안보에 미칠 전쟁사적 함의-이내주 박사
⑦ 북한군 파병, 정권 붕괴의 서막일 수 있다-이윤규 본부장
⑧ 북한군 파병, 한반도 핵전쟁의 서막인가-김태우 박사
⑨ 러-우 전쟁으로 본 미래전쟁의 패러다임-홍성표 박사
⑩ 북한군 파병이 남긴 교훈과 우리의 대응-김태우 박사
◇ 우크라전 종전 여부 최대 변수는 미국
한국의 최대 당면 관심사는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평양 정권이 러시아로부터 얻어낼 것들이 한반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있다. 우리는 러시아가 북한군 현대화와 북핵 고도화 및 한미동맹 이완 등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할 것인가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앞날에는 트럼프의 재집권과 같은 많은 변수가 매복하고 있다. 이런 변수들을 종합해 예측해 본다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평양 정권에 ‘성배’(聖杯)가 되기보다는 ‘독배’(毒杯)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우선, 한국은 파병된 북한군이 전세를 결정짓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지 또는 총알받이로 소모될 것인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북한군의 효용 가치는 북한군의 전투력과 북·러 간의 정치적 필요성에 달려 있겠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과 나토(NATO) 국가들 그리고 대한민국의 의지와 대응도 북한군 파병의 효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이 문제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는 미국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 변수’에 힘입어 조기에 정전 또는 종전으로 가닥을 잡게 될지 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전쟁으로 이어질지가 중요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떤 경우든 북한으로서는 얻을 것보다는 잃을 것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 北, 신냉전 악화 주범으로 낙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정전 또는 종전으로 결말나는 경우 북한군의 희생은 줄어들겠지만, 평양은 원했던 대가를 얻지 못할 것이고 한국의 안보에 대한 우려는 경감될 것이다. "돈을 얻기 위해 젊은 목숨들을 희생시켰다"는 비난을 덜 받게 되는 것은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다행스러운 측면이겠지만, 북한으로부터 더 이상 탄약·무기·병력 등을 지원받을 필요가 없어진 러시아가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북한과의 관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의문이다. 또 북·러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차이나 패싱’으로 서먹해진 대중(對中) 관계를 북한이 어떻게 회복해 나갈 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반대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어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군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게 된다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이익과 함께 군사적 지원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전장에서 북한제 무기의 성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와 드론을 활용한 현대전의 새로운 군사전술을 익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신냉전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찍혀 국제적 고립이 심화될 북한이 겪게 될 딜레마 역시 깊어질 것이다. 러시아의 기술지원에 힘입은 북한이 대미(對美) 핵 타격 능력을 앞세워 한미동맹을 흔들고 남북관계를 지배하려 들겠지만, 이 또한 필연적으로 서방과 한국의 역대응을 초래해서 지불해야 할 안보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 아카시 같은 비밀작전도 고려해 볼만
중요한 것은 한국과 자유세계가 북한군이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1902년부터 러시아 주재 일본 공사관의 육군 무관으로 활동하던 아카시 모토지로는 1904년 러일전쟁이 터지자 러시아 내의 무정부주의자와 사회주의 운동가들은 물론 폴란드·핀란드·크림반도 등의 분리주의 세력들과 접촉해 러시아에 대한 저항을 독려했다. 당시 일본군은 그에게 100만 엔(현재 가치 4000억 원 이상)을 지급하여 러시아 내분 공작을 지원함으로써 일본의 러일전쟁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진정 세계의 공적으로 부상한다면 자유세계 국가들은 이에 대응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며, 비밀작전도 그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우리 군도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전쟁 참관단과 심리전 전문가를 우크라이나 또는 인접국으로 보내어 필요한 조치를 적극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군대의 존재 이유이자 국가의 책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북한 정권이 직면할 궁극적인 딜레마는 내부의 안정성 유지에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진다면 북한군의 희생도 늘어나게 되고 비례해서 체제 내부의 불안정성이 확대될 것이다. 전쟁터로 나간 아들들이 시신 또는 불구의 몸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부모들은 충격과 슬픔에 빠질 것이며 그로 인한 민심의 동요는 정권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 파병은 ‘독배 중의 독배’가 될 것이다.
◇ 한국군 베트남 파병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군사력의 해외 투사는 결코 간단한 결정이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여 푸틴 대통령을 만나고, 2024년 6월 방북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협정을 체결하면서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파병을 준비했을 것이다. 이는 ‘자동개입’ 조항이 포함된 사실상의 동맹조약이다. 그들은 또한 한국이 1964년부터 1973년까지 베트남전에 파병하여 경제발전과 군사력 증강을 이루고 한미동맹을 강화했던 역사도 참고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과 북한군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은 투명하고 적법하게 결정됐고, 한국군은 온 국민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며 출국했다.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 진출하여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그렇게 쌓인 국부(國富)는 고속도로 건설, 중화학 공업 육성, 군사력 현대화 등에 투입되어 오늘날의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 됐다.
반면 투명한 논의과정 없이 은밀하게 파병된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으로 갈아 입고 전선에 투입된 용병에 불과해 ‘총알받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참전 수당 역시 대부분은 북한 당국이 가져가 독재자의 통치자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은 국가발전에 커다란 획을 그은 역사적 결단이었지만,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어린 병사들의 피를 담보로 통치자의 배를 불리는 반인권적·불법적 행위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을 졸업한 일본군 장교. 정보수집에 특화된 장교로 관전무관으로 미국-스페인 전쟁을 참관했고, 러시아 주재 공사관에 육군 무관으로 부임했다. 러시아 혁명 세력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비밀작전을 수행해 러일전쟁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 이러한 아카시의 활동에 대해 이또 히로부미는 "혼자서 일본군 10개 사단의 일을 했다"고 극찬했다. 그는 러일전쟁 이후 일본의 반식민지 상태가 된 대한제국으로 파견되어 초대 한국통감부 경무부 경무총장 겸 주차헌병사령관을 지냈다. 1918년 대만 총독으로 임명된 후 대장으로 진급하였다. 대만 총독으로 재임하던 1919년 고향 후쿠오카를 방문하던 중 지병으로 55세에 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