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방산기업 레오나르도가 개발한 ‘브라이트스톰(BriteStorm)’은 적의 레이터 신호를 복제·조작하는 방식으로 수십여개의 유령 표적을 만들어낸다. 적이 이를 대상으로 미사일 자원을 낭비하는 동안 유인 전투기와 폭격기는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이탈리아의 방산기업 레오나르도가 개발한 ‘브라이트스톰(BriteStorm)’은 적의 레이터 신호를 복제·조작하는 방식으로 수십여개의 유령 표적을 만들어낸다. 적이 이를 대상으로 미사일 자원을 낭비하는 동안 유인 전투기와 폭격기는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폭격기 한 대가 적의 주요 군사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출격한다. 적진 깊숙이 침입했지만 적은 귀신에 홀린 듯 아무것도 없는 공중에 미사일을 쏘아대며 우왕좌왕한다. 그사이 폭격기는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목표물 타격에 성공한 뒤 무사히 귀환한다.

최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방산 전시회에 이처럼 적의 레이더를 교란해 방공망을 유린하는 드론 기반 전자전 체계가 공개됐다.

화제의 주인공은 세계 10대 방산기업인 이탈리아의 레오나르도가 선보인 ‘브라이트스톰(BriteStorm)’으로, 제공권을 놓고 공중 전력과 방공망 간에 벌어지고 있는 창과 방패의 싸움에서 아군 전투기에 우위를 가져다줄 혁신 기술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 군 당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브라이트스톰은 현대 전장에서 어떻게 아군의 인명피해 없이 항공 임무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레오나르도의 대답이다. 실제 전자전 기술의 발전으로 공중 전력이 방공망을 압도하는 시대는 오래전 끝났다. 레이더와 지상방공체계(GBAD), 지대공미사일(SAM)로 구성된 첨단 통합방공시스템(IADS)이 하늘에서 벌어지는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불의의 위협을 감지, 추적, 요격한다. 때문에 모든 항공 작전은 목숨을 걸어야 한다.

브라이트스톰은 레오나르도의 디지털 무선 주파수 메모리(DRFM) 기술에 기반한 근접 재밍(전파방해)으로 이런 IADS를 무력화한다. DRFM는 적의 레이더 신호를 분석·복제한 뒤 동일 주파수를 방출함으로써 레이더를 교란하는데, 이미 영국 공군 전투기에 도입된 레오나르도의 유도미사일 교란용 플레어 ‘브라이트클라우드(BriteCloud)’에 채용돼 성능을 입증받았다.

물론 단순 재밍은 그리 놀라운 기술이 아니다. 브라이트스톰의 진정한 가치는 ‘분신술’에 있다. 레이더 신호를 조작해 공중에 수십여개의 가짜 표적을 생성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가 공개한 영상에 의하면 브라이트스톰을 탑재한 전투기는 적의 레이더에 수십대로 탐지된다. 그만큼 IADS에 의한 요격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무인기에서 최고의 효용성을 발휘한다. 유인 전투기나 폭격기에 앞서 브라이트스톰을 장착한 무인기를 보내면 적은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5대만 보내도 적에게 100여대 이상이 침입했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며, 방공망이 유령을 대상으로 미사일 자원을 낭비하는 동안 유인기는 안전하게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레오나르도는 브라이트스톰을 콤팩트한 모듈식 폼팩터로 설계해 어떤 공중 플랫폼에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성품은 안테나, 송수신 모듈, 미니 발전기뿐이며, 이들을 모두 합쳐도 중량은 2.5㎏, 부피는 6팩 캔음료 정도인 3.5ℓ에 불과하다. 일반 무인기는 물론 헬기 등에서 사출되는 공중발사드론(ALE), 심지어 미사일에도 손쉽게 통합할 수 있는 사이즈다. 안테나의 경우 A~J밴드(0~20㎓)를 커버할 수 있어 적의 레이터 주파수에 맞춰 고대역, 중대역, 저대역 모듈을 선택하면 된다.

레오나르도의 마이클 리어 부사장에 의하면 이미 브라이트스톰의 비용적 이점과 군사적 가치에 주목한 영국 공군이 시제품 테스트를 진행됐으며, 미국에도 군 장비 통합업체 등에 성능 테스트를 위한 3대의 시제품이 전달됐다. 그는 "2025년 1분기에 이르면 브라이트스톰의 사업화·양산화 단계에 도달할 것"이라며 "양국의 관심이 상당한 상태로, 대상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첫 번째 정식 계약 체결이 임박해 있다"고 말했다.

남은 기간 레오나르도는 브라이트스톰에 실시간 대응력을 부여하는 기능 추가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브라이트스톰은 적의 레이터 탐지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최적의 대응책을 내놓는 구조인데, 브라이트스톰이 레이더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해 원격지에서 실시간으로 대응 알고리즘을 업데이트하는 기능을 추가 이식할 계획이다.

리어 부사장은 "브라이트스톰이 향후 어디서 어떻게 실전 투입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현대 전장의 판도를 뒤흔들 잠재력을 가진 차세대 전자전 체계"라며 "영국과 미국에 더해 유럽, 중동, 아태지역 국가들의 관심도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이트스톰(BriteStorm)’은 안테나, 송수신 모듈, 미니 발전기로 구성돼 있다. 총중량이 2.5㎏, 부피도 3.5ℓ에 불과해 유인기는 물론 일반 무인기, 공중발사무인기(ALE), 심지어 미사일에도 손쉽게 통합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브라이트스톰(BriteStorm)’은 안테나, 송수신 모듈, 미니 발전기로 구성돼 있다. 총중량이 2.5㎏, 부피도 3.5ℓ에 불과해 유인기는 물론 일반 무인기, 공중발사무인기(ALE), 심지어 미사일에도 손쉽게 통합할 수 있다. /레오나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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