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넘겨받아 나름대로는 열심히 뛰고 있지만 역량의 한계가 역력히 드러나는 모양새다.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 검거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간첩’에 적용되는 ‘잠입·회합·통신’이 아니라 대부분 ‘찬양·고무’ 혐의에 치우쳐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2023년 사이 경찰이 검거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5년 간 4배로 증가했다. 연도 별로 보면 2019년 12명, 2020년 13명, 2021년 27명, 2022년 30명, 2023년 48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검거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은 14명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혐의로 검거한 사범이 2022년 12명, 2023년 12명이다.
국가보안법 7조는 좌파 진영이 늘 폐지를 요구하는 조항이기도 하다. 헌법 상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게 좌파 진영과 좌파 성향 조직의 주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런 좌파 진영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2022년 9월 헌법재판소에 위헌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합헌 판단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노선의 본질도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적행위나 이적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 등으로 인한 위험은 언제든지 국가의 안전이나 존립에 위협을 가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으므로 중한 법정형으로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찰이 대공수사에서 올린 성과는 있다. 지난 8월 민중민주당 당사와 당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는 당원을 검거했고, 지난 10월에는 한국진보연대 사무실과 관계자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공수사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이 대공수사에서 올린 성과를 보면 국가보안법상 가장 위중한 범죄인 반국가단체 구성이나 목적수행, 잠입·탈출, 회합·통신 등 혐의로 검거한 사범 수가 적은 점은 문제다. 안보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경찰 역량의 한계에서 찾는다. 지난해 ‘국정원 인사 논란’이 불거진 뒤 국정원과 경찰의 대공수사 공조에도 빈틈이 생겼고, 경찰 대공수사 담당 인력들이 관련 경력이 일천하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다른 문제도 있다.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수사권 완전박탈’ 이후 검찰이 대공수사를 지휘하지 못하면서 경찰의 업무량이 과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검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검찰이 접수한 국가보안법 위반사범 건수는 305건이었으나 ‘검수완박’이 시행된 2020년 154건으로 대폭 줄어든 뒤 2021년 250건, 2022년 97건, 2023년 152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실제 기소된 사건은 2019년 15건에서 2020년 26건, 2021년 41건, 2022년 15건, 2023년 57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