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사업가, 조선족 통해 정밀가공장비 설계도 北에 넘겨
올해 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완전히 넘겨받은 경찰이 ‘진짜 간첩’을 처음으로 검거했다. 간첩 용의자는 70대 무역업자 A 씨로 조선족에게 포섭돼 북한 정찰총국에 금속 정밀가공기술 설비의 설계도를 넘겼다고 한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부가 최근 조선족 중국인을 통해 북한 정찰총국에 금속 정밀가공 설비 설계도를 넘긴 혐의로 70대 사업가 A 씨를 국가보안법 제4조 목적 수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목적 수행 혐의는 진짜 간첩에게 주로 적용된다.
신문에 따르면 대중국 무역업자였던 A 씨는 2014년 초 한 조선족 사업가로부터 제안을 받았다. "첨단 금속 절단·가공 장비 설계도를 구해다 주면 중국-북한 무역거래에서 독점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조선족 사업가는 "북한 고위관계자의 보증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독점권을 따내면 연간 수십억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업계 핵심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넸고, 그 대가로 국내 유명기업 2곳의 금속 가공설비 설계도를 입수했다. A 씨는 2014년 8월 설계도를 스캔한 뒤 조선족 사업가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A 씨가 넘긴 설계도는 미사일 등 무기 제조 시 정밀가공에 사용하는 장비와 모터의 설계도였다. 이 장비 기술은 현재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돼 있다. 정부는 반도체, 자동차, 2차 전지 등 국내 주력 산업과 관련해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고, 외부로 유출되면 안보와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분류하고 있다.
그런데 A 씨는 이런 기술 장비 설계도를 북한으로 넘긴 것이었다. 방첩 당국은 수 년 간 조선족 중국인을 추적·감시했는데 그가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과 수십 차례 만난 사실을 파악했다. 조선족 사업가는 북한을 위해 활동하는 에이전트였던 것이다.
A 씨는 방첩당국에 조선족 사업가에게 설계도를 넘긴 사실은 인정했지만 그가 북한에 설계도를 넘긴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방첩당국은 A 씨가 조선족 사업가와 나눈 대화를 복원해 그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음에도 설계도를 빼돌렸다는 증거를 여럿 확보했다고 한다. 방첩당국은 A 씨가 조선족 사업가를 통해 북한 정찰총국 공작금을 사업대금 명목으로 받았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라고 한다.
방첩당국은 북한이 조선족 사업가와 A 씨를 통해 얻은 설계도 덕분에 지난 몇 년 동안 단기간 내에 무기개발에서 큰 성과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는데 신형 장비가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판단이다. 경찰 또한 북한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기술 유출 공작을 전방위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판단 수사를 확대하고 있느 중이라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