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주말인 지난 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민주당과 함께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나서 서울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날 민노총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 공동 주최로 ‘전태일 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 대회 및 1차 퇴진 총궐기’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었다. 민노총은 처음부터 세종대로 전 차로를 점거하며 이를 제지하는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작심한 듯 법질서를 유린했다. 민노총은 이에 그치지 않고 조합원들이 연행된 경찰서 앞에서 ‘조합원 석방투쟁’을 벌었다. 87년 이른바 ‘노동자 대투쟁’을 떠올리게 하여 갑자기 시대가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민노총은 이날 집회를 위해 지난 9월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준비해 왔다.

민노총의 이날 집회는 같은 시간 여의도에서 열린 한국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와 크게 대비되었다. 한국노총 집회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과 같은 노동 현안에 대한 주장이 강조되는 등 노동자대회의 성격이 분명했지만, 민노총의 집회는 정치색이 뚜렷했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전두환의 군사독재보다 더욱 악랄한 검찰독재 정권,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보다 더욱 탐욕스러운 부자 퍼주기 정권,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더욱 파렴치한 국정파괴 정권"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우리의 힘으로 멈추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이날 숭례문 앞에서 시청역에 이르는 4차선 도로를 점거한 가운데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김건희를 특검하라’, ‘전쟁 반대 평화 수호’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지만 시시각각 다가오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사망 선고를 의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선고일인 15일을 불과 엿새 남겨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한 건 민중과 국민이었다"며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소리에서 비장함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음이 전해졌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 국민은 충분히 기회를 줬다. 이제 행동할 때"라며 "우리 국민은 촛불 혁명으로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저력 있는 민주시민"이라고 강조하여 사실상 유 대통령 탄핵을 유도하는 발언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날 집회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4개 군소 야당 지도부도 참여했다. 민주당 인사들은 윤 대통령 탄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는 대신 군소 정당 인사들은 거침없이 탄핵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군소 정당의 입을 빌려 탄핵을 외치는 모양새였다.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신동욱 원내 수석대변인은 "국회 권력을 독점한 민주당이 국익보다 당 대표 방탄을 위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다면 국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실력행사를 한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흔들릴 리 없다"고 주장했다. 신 대변인은 "설사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강성지지층이 주말 도심을 점령하고 무죄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과 위증교사 사건의 결론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조지연 국민의힘 원내 대번인도 "민주당의 연이은 장외집회는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한 ‘법원겁박’에 불과하다"며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방탄쇼에 조국혁신당까지 끌어들인 것은 이재명-조국 대표의 방탄연대를 공식화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조 대변인은 또 "무소불위의 의회독재로 검찰을 압박해온 민주당과 자신의 무죄를 확신하는 이재명 대표가 무엇이 두려워 장외로 나간단 말이냐"고 묻고는 "국회에선 ‘검사탄핵’, 장외에선 ‘법원겁박’ 이라는 방탄의 철옹성을 쌓는다고 해서 있던 죄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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