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100번이 넘게 지령문과 보고문을 주고받은 일명 ‘민노총 간첩단’의 총책이 1심에서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 받았다. 그를 따르던 민노총 전 간부들도 징역 5~7년을 선고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 14부는 지난 6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석 모 씨에 대해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김 모 씨에게는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전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 양 모 씨에게는 징역 5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구속기소 됐지만 소위 ‘법률전 투쟁’을 통해 9~10월 각각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이날 1심 선고에 따라 법정 구속됐다.
석 씨는 2016년 9월부터 중국·베트남·캄보디아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의 지령을 받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 대남공작조직 ‘문화교류국’ 지령에 따라 2020년 5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민노총 선거 후보별 계파 및 성향, 평택미군기지와 오산공군기지 시설 정보 등을 수집했다.
방첩당국에 따르면 석 씨는 이 과정에서 북한으로부터 암호화된 90건의 지령문을 받았고, 24건의 보고문을 암호화해 북한에 보냈다. 그는 방첩당국에 붙잡힐 당시 암호화 프로그램을 담은 SD 카드를 소지하고 있었다.
석 씨는 또한 지하조직을 만들어 민노총 본부는 물론 산별 노조 및 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조직원으로 포섭하려 했다. 김 씨와 양 씨는 석 씨의 지시를 받고 2016년 9월부터 민노총 등에서 하부 지하조직을 만들었다.
1심 재판부는 석 씨에 대해 "북한을 이롭게 하고 우리 사회에 분열과 혼란을 초래해 자유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큰 범죄를 저질렀다"라며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은밀하고 치밀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민노총 산하 노조에 가입해 피땀 흘려 번 돈으로 조합비를 납부한 전체 조합원들이 과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한 양 씨와 김 씨에게는 "피고인들 행위는 장기간 방치될 경우 사회 혼란으로 이어져 국가 안보 등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명백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석 씨와 김 씨, 양 씨 등은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국정원이 외국에서 수집한 사진, 영상 CCTV 등은 외국에서 수사할 때 국제사법 공조절차를 준수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라며 "또한 동의나 승낙 없는 영상 촬영은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고 영장주의를 위배한 강제수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