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선언의 후속 조치로 대남 기구 명칭을 바꿨다. 종전의 ‘조국통일연구원’은 ‘대적연구원’으로, ‘통일백서’는 ‘대적백서’로 변경했다.

3일 노동신문은 ‘대적연구원’의 발표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우리 국가에 대한 중대 주권침해 행위는 최악의 통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윤석열 패당의 발악적 흉책의 산물이다"라고 주장했다. 종전의 ‘조국통일연구원’을 ‘대적연구원’으로 변경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주권침해 행위’는 평양 무인기를 ‘한국이 보낸 것’으로 덮어씌우는 수작이다. 노동신문은 또 종전의 ‘통일백서’를 ‘대적백서’로 표기했다.

북한은 지난해 연말 남북관계를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선언한 뒤 조평통 등 대남 기구를 폐지하고 조국통일 3대 헌장 탑 등을 없앴다. 따라서 ‘대적연구원’의 할 일이 통일 연구가 아니라 전쟁 연구로 바뀌었다는 사실을 쉽게 추지할 수 있다. 앞으로 우리가 유의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북한의 대남 전략은 전통적으로 투 트랙(2-track)이었다. 하나는 통일전선전술에 따른 대남 적화 전략, 나머지 하나는 전쟁통일 전략이다. 통일전선전술은 레닌의 러시아 혁명 이후 전 세계 공산당의 전통적 혁명 교리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는 여전히 통일전선전술을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서 사용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이상 전통적 통일전선전술을 폐기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통일전선전술도 수면 위 아래가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김대중-김정일의 2000년 6·15공동선언 등은 북한 입장에서 수면 위 통일전선전술로 볼 수 있다. 상층 통일전선전술에 해당한다.

수면 아래 통일전선전술은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1960년대 통혁당부터 시작된 지하당과 민노총의 간첩 조직 등은 그 형태와 활동 내용이 달라졌을 뿐 그대로 유지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편이 아니라 북한 편이다. 결국 수면 위 대남 전략은 통일전선전술은 사라지고 ‘전쟁’만 남게 됐다. 북한이 향후 노골적으로 ‘전쟁’ 슬로건을 걸고 도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 내부가 ‘평화냐, 전쟁이냐’ 라는 잘못된 이분법에 따라 갈라지지 않도록 안보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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