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
정기수

조국은 기고만장했고, 이재명은 기가 죽었다.

자기네 당이 입수해서 편집, 틀어댄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녹취가 있는데도 왜 기가 죽느냐고? 11월 선고 예정 판사들에게 세 과시도 할 겸 탄핵 선동 불을 지피기 위한 지난 주말 장외 집회 열기와 참가자 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체 주장 인원이 처음 10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정정됐다. 생각해 보니 너무 싸게 불렀다고 여겨졌던 모양이다. 경찰은 1만7000명에서 2만 명 사이라고 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1만5000명으로 더 깎아서 봤다. 전국에서 관광버스 대절로 동원한 당원들 숫자치고는 단풍놀이 수준도 안 됐다. 시민들의 자발적 합류는 없었다.

그런데, 기대에 미쳤다 하더라도 이재명과 민주당 마음의 거리낌, 걱정은 어디 가지 않는다. 그의 상품성 때문이다. 그걸 스스로들 안다. 탄핵 얘기를 꺼내려면, 그에 동조할 국민이 탄핵 대상이 물러난 자리를 메울 인물도 고려하게 된다. 이재명을 봐서는 탄핵에 동의해 줄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기가 죽는다.

위선자 조국은 그러나 신이 났다. 그는 자녀 부정 입학 죄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법정 구속은 면하더라도 피선거권 박탈 실형을 받게 될 확률이 90% 이상이다. 대선에 나갈 수 있으려면 세상이 뒤집혀야 한다. "천공·명태균의 목소리를 듣는 윤석열 정권의 헌정 질서 교란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윤석열-김건희 공동 정권 퇴진과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다. 윤 부부 법무법인으로 전락한 검찰도 해체하겠다."

하지만 명태균 녹취 공개 행사 쇼 사회자였던 민주당 원내대표 박찬대는 대통령 탄핵 사유 여부 질문에 자신없는 답을 했다. "아마 국민이 판단하실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한 선문답, 평소 민주당답지 않은 겸손함, 왜 그랬을까? ‘이재명의 코딱지까지 파 줬다’는 조롱도 받는 극렬 친명 충성파가 이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건 주군과 미리 말을 맞췄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반윤으로 분류되는 전 국회의원 조해진은 "아무리 윤 대통령이 싫어도 이재명이 대안은 아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 중도 우파와 좌파들 대부분의 마음이다. 그들이 지난 대선 때 반(反)이재명 또는 비(非)이재명 심리 작용으로 0.73% 포인트 우파 승리를 도왔다. 그들은 지금 거의 모두 정부 편을 떠났으나 그렇다고 이재명 쪽으로 돌아간 건 아니다. 어느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지지도가 20%대 초중반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20%는 좌파 콘크리트 지지율이다.

탄핵은 현실적으로도 너무 높은 벽이다. 실현 불가능에 가깝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여론 악화 등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것과 탄핵 가능성은 별개다.

박근혜 학습 효과와도 큰 관계는 없다. 탄핵 소추를 할 만한 건더기가 없기 때문이다. 명태균 녹취 속 공천 개입 정황은 민주당이 주장하고 기대하는 것처럼 ‘공직선거법(대통령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중대한 물증’으로 성립하기 어렵다.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란 것도 논란거리거니와, 설령 대통령이라고 해도 대통령이 여당 공천에 의견을 내는(입김을 불어 넣는) 건 대한민국에서 상식이다. 그렇지 않은가? 중요 선거에서 역대 대통령들이 저 멀리 떨어져서 강 건너 불구경만 했다고 정치인·검사·판사들이 말한다면, 그들은 양심이 없거나 사실과 현실에 눈 감고 있는 자들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녹취 가지고 탄핵으로 바로 연결짓기도 어렵다고 내심 보고 있는 것이다. 소추를 한들 국민의힘 108명 의원들이 단 한 표라도 동조할 리 없고, 소추된다 한들 보수 우위인 헌법재판소(현재 6명 재판관 중 4 대 2)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

민주당이 대뜸 탄핵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임기 단축 개헌’으로 우회 선동하는 이유다. 대통령·국회의원 임기를 4년으로 통일하자는 임기 단축의 목적은 대통령 하야다.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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