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서 싸움은 늘 있는 일이다. 미국 의회도 말싸움이 격렬하다. 하지만 두 가지만큼은 선을 넘지 않는다. 하나는 인권 문제다. 인종 차별 발언 등을 하게 되면 반드시 정계 퇴출이다. 두 번째가 안보 영역. 치열한 언쟁을 벌이다가도 외부의 공격에는 일순간 하나가 된다. 미국 의회의 전통이다.

우리 국회도 몸으로 치고받는 동물국회가 없어지면서 말싸움이 더 격렬해졌다. 여기에 더 나쁜 신종 질병이 생겼다. 안보를 정쟁에 악용하기 시작했다. 북한 문제로 남남갈등이 깊어지면서 생긴 신종 정치 질환이다.

4일 민주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 동향을 파악하는 정부의 참관단 파견을 놓고 "꼼수 파병"이라며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공격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권이 국회의 동의 없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꼼수 파병을 하려고 한다"면서, "해외에 국군 한 명이라도 보내면 그것이 곧 파병"이라고 비판했다.

참으로 기가 막힐 일이다. 군인들도 해외에 출장 가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외에 나가 근무도 한다. "해외에 국군 한 명이라도 보내면 그것이 곧 파병"이라고 한다면, 김병주 의원이 군인 시절 해외 출장 간 것도 ‘파병’인가. 김 의원이 아무리 무식하다 해도 ‘파병’의 뜻을 모를 정도로 무식하진 않을 것이다. 이유는 뻔하다. 안보 문제까지 정쟁에 악용하려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금도를 넘어버린 것이다. 무식이 화근이 아니라 욕심이 화근이다.

지금 민주당이 하는 짓을 보면 안보를 정쟁에 악용하기로 작심한 것 같다. 이재명 대표부터 북한군 파병을 마치 남의 나라 일처럼 여기며 "왜 전쟁에 끼어드느냐. 정부가 전쟁 못해 안달이 났다"고 비난한다. 제정신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에 이라크 전쟁에 현지조사단이 파견됐다. 파병이 아니라 ‘파견’인 만큼 국회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파병은 ‘부대 단위가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다.

좋은 일도 도를 넘으면 화(禍)를 부르게 된다. 하물며 국가안보 문제를 도를 넘어 정쟁에 악용할 경우 반드시 국민의 지탄을 받게 된다. 민주당은 이미 병(病)이 깊었다. 스스로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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