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명운이 걸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1심 선고가 예정된 11월에 접어들면서 여의도 정가에 전운이 짙어가고 있다.
민주당은 2일 오후 2시 서울역 앞에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규탄하는 장외집회(범국민대회)를 연다. 이 대표 등 지도부를 포함한 민주당 소속 의원 모두가 참여할 예정이며 전국 지역 당원들에게도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 대규모 집회를 통한 여론전으로 11월 이 대표 재판 정국을 윤석열 정부 규탄 국면으로 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서울역 집회 후에도 전국 순회 집회로 분위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압도적 제1당으로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이 국회를 놔두고 장외로 나서는 것은 그만큼 이 대표 선고가 위중하다고 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은 물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은 이미 이 대표 무죄 릴레이 서명 운동에도 나선 상황이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달 8일부터 ‘이재명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을 진행해 오고 있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고 당일인 15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도 갖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여론전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김연주 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고 "사실상 이재명 방탄 집회"라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반정부 투쟁에 열을 올리는 민노총과 시민단체까지 끌어들이는 것을 보면 ‘검찰개혁을 명분 삼아 어떻게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희석시켜 보겠다는 저의가 그대로 엿보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당 홈페이지는 물론 이 대표의 팬카페, 그리고 소속 의원들의 소셜미디어에 이르기까지, 관련 내용을 게시하며 판을 키우려 안간힘 쓰는 모습은 참으로 낯 뜨겁고 볼썽사납기 그지없다"고 꼬집으며 "이런 민주당의 행위는 명백한 재판 개입이자 삼권분립 위반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스스로 떳떳하다면 장외투쟁으로 여론몰이를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도 공세를 펴고 있다. 두 개의 전선을 형성해 양면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이 전선의 선봉장은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의원. 그는 어제 오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국방부 장관의 임무는 국가와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라며 "헌법을 위배하면서 위기로 빠뜨린다면 당연히 탄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한 명이 가더라도 파병이고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면 우리가 우크라이나전에 말려들어간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불씨를 한반도로 갖고 올 수 있는 위기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에는 국군 파병 시 국회 동의를 받게 되어 있다"며 "몇 명을 규정한 게 아니라 국군은 다 (국회 동의를) 받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은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윤석열 정권은 불필요하게 급발진하며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국회 동의 없이 우크라이나 전쟁터에 참관단을 보낸다면 국방부 장관 탄핵 등 다양한 법적 강구를 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인근 미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관단이나 전황 분석단을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것은 군의 당연한 임무라고 밝혔다. 그러지 않으면 장관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김 장관은 참관단 등 파견이 국회 동의가 필요한 파병에 속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법에 보면 소규모로 인원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장관이 알아서 판단하게 돼 있다"며 "이는 소규모 파병을 한다는 것이 아니고 관련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의 탄핵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이처럼 두 개의 전선에서 동시에 파상공세를 펴는 것은 국민의 시선을 돌림과 동시에 이 대표 재판부에 압박을 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오는데, 법조계에서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