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북한군 파병을 아직도 남의 나라 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 민주당과 언론들의 태도가 그렇다. 민주당은 대놓고 북한 노동당 2중대 노릇을 하고 있다. 제정신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북한군 파병이 불러올 파장을 계산하며 냉철한 대응에 들어갔다.
우리는 여당도 긴장감이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당내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었다는 뉴스조차 없다. 북한군 참전을 아직 피부에 와닿은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어정쩡한 사태 인식이 향후 국내에 어떤 잘못된 정치·사회적 파장을 불러올지 알 수 없다.
2011년 강릉 해안에서 좌초된 북한 잠수함 승조원 11명이 북으로 도주하다 집단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서울의 모 대학 학생들이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벌인 바 있다. 다시 말해, 참전 북한 군인들의 사망을 ‘우리민족끼리’ 관점에서 불쌍히 여기면서, 우리 정부의 우크라 지원을 반대하는 잘못된 사회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29일자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처럼 전쟁의 본질과 현상을 구별 못하고, 사안의 핵심과 주변을 분간하지 못하는 암매(暗昧)한 주장들이 계속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전쟁은 피크닉이 아니다. 일단 교전 당사자가 되면 적군이냐, 아군이냐만 남는다. 나머지 생각은 사치에 불과하다. 포탄에 머리가 날아가고 팔 다리 몸통이 사방으로 튄다. 살았느냐(live) 죽었느냐(dead), 이것이 전장(戰場)의 실존이다. 여기에 ‘우리민족끼리’ 동정심이란 여름날 나무그늘 아래 중학생 소녀가 꿈꾸는 하찮은 백일몽이나 다름없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입장은 냉철하다. 이들은 전쟁을 많이 겪어봤다. 미 백악관은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되면 ‘공동 교전국’이라는 입장이 명확하다. 백악관 부대변인은 "북한군에 사용될 수 있는 무기에 제한이 있느냐"는 질문엔 간명하게 "없다"고 답변했다. 한국과 미국은 오래된 군사동맹국이다. 러시아와 북한도 군사동맹이 됐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듯 한국이 지원하는 것은 해가 동쪽에서 뜨는 이치와 전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 현실을 있는 그대로(reality in the raw)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 값싼 ‘우리민족끼리’ 동정심을 섞어서는 안된다. 정부는 살상무기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모든 옵션을 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4.10.30 17:08
- 수정 2024.10.30 17:09
- 댓글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