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관련 소식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메우고 있다. 북한군 파병은 지난 3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북한군 사망자가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 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1만 명 파병설’을 주장하면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이것이 사실로 확인됐다.
전쟁 중인 다른 나라로 파병한다는 것은 상당한 협력관계가 바탕이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북·러 관계가 파병에 이르기까지 급속하게 밀착된 것은 러시아의 절박함 때문이다. 개전 이후 러시아는 보유 전투력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외부 용병까지 투입하고 있지만 더 이상 공격 기세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군사이론상 공격 당시의 전투력을 75%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공세유지가 불가능하고 50% 이하로 떨어지면 수비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 줄곧 첨단 군사기술 이전을 희망하는 북한의 군사력에 관심이 돌려졌고, 결국 북·러는 각자의 욕구 충족을 위한 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전쟁은 하루아침에 끝나지 않을 것이고 파병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순환 파병되는 북한군의 현대전 전투경험은 조만간 남·북 군대의 훈련수준과 실질적인 군사력 면에서 큰 격차를 만들어 낼 것이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에 따르면 제대로 된 군을 만들려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전쟁은 많은 인명과 재정적 손실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선택이다. 그 다음은 전쟁하는 곳에 가서 견학하며 배우는 것이고, 그마저 안 될 때는 전쟁을 치른 사람을 통해 경험을 전수받는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북한군을 전장에 투입, 현대전에 적합한 최상의 전투부대로 만들 수 있는 길을 택한 것이다.
이에 대응해 우리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러나 더 시급한 것이 있다. 6·25전쟁 당시 기준에 집착하고 있는 군의 편제를 완전히 개편하고 무기와 장비를 현대화하며 훈련내용을 대폭 보완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전훈분석 팀을 현지에 파견해야만 한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가장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데이터를 구축, 이를 토대로 현대 전장에 적합한 훈련 소요( 所要)를 창출하며 무기 체계 발전 방향을 설정해야만 한다. 좌고우면하며 미적댈 시간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