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신입생 50% 증원에 따라 의대를 노리고 자퇴하는 공대생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과학기술, 특히 신기술 분야의 인력 부족으로 국가 산업기반의 전반적인 약화를 초래한다. 과학기술의 무한경쟁 시대에 가장 치명적인 것이다.
반도체 인력은 2031년엔 5만6000명 부족으로 수급이 급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의대 입학 정원 50% 확대는 이공계로 갈 인재를 의대로 빨아들여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반도체 인력 부족은 AI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첨단산업 인재 배출의 요람이던 서울대는 2023년 이공계 석사과정 모집에서 절반 이상의 학과가 정원미달이었다.
AI와 반도체는 안정적·경제적·친환경적 에너지인 원자력 발전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오락가락하는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공학과 지원자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에너지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준다. 의대 광풍은 원자력 전공자의 부족을 부채질할 것이다.
미국은 AI 기술을 국가의 전략자산으로 지정했다. AI 발전 속도는 예상외로 빠르며, 인간의 한계를 넘는 범용인공지능에 다가가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도 치열해져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미국은 발 빠르게 인재를 끌어모으고 해외 AI 인재의 입국도 힘쓰고 있다.
이공계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은 불확실성이다. 특히 원전처럼 정부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기피할 수밖에 없다. 의사는 주변 상황에 영향을 덜 받는 개인적인 활동기반을 가진다는 점이, 안정성 측면에서 매력적일 것이다. 미국 정부가 AI를 전략자산에 포함시킨 것에서 강한 정책의지가 드러나듯, 우리도 일관된 정책과 적극적 지원으로 안정된 비전을 보여주어야 한다.
대만국민이 TSMC를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여기듯, 기업에 우호적인 태도를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 대기업이나 기업총수를 죄악시하면, 높은 급여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이 그 기업에 안정감을 느끼지 못한다.
불안정한 정책이든 기업에 대한 태도든, 정쟁에만 몰두하고 국민은 돌보지 않는 무능한 정치권에서 초래됐다는 점이 또한 난감한 문제다. 정치권이 진영논리로 계속 오락가락하면 해법을 찾기는 요원하다.
- 기자명 자유일보
- 입력 2024.10.30 10:03
- 수정 2024.10.3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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