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가 경영계 위원들이 모두 빠진 채 ‘반쪽’으로 진행됐다. 지난 전원회의 표결과정에서 일부 민노총 근로자위원들의 투표방해 행위에 반발해 사용자위원들이 회의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8차 회의에는 총 27명의 최저임금위원 중 사용자위원 9명을 제외하고 근로자 위원과 공익위원 각 9명만 출석했다. 예정대로라면 이날 회의부터 노사 양측은 가장 중요한 쟁점인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고 본격 협상에 들어갔어야 했다. 경영계가 없는 반쪽짜리 회의였던 만큼 큰 의미없이 마무리된 셈이다.
앞선 7차 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구분 적용을 두고 표결이 이뤄져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됐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 측 일부 근로자위원들이 반발하며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는 등 투표 저지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자위원들은 ‘불법적이고 비민주적인 행태’라고 규탄하며 회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사용자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위원회 진행과정이나 결정에 아쉬움이 있을 수 있으나 심의 기한이 임박한 점을 감안해 정상적 운영위해 결단을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공익위원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회의 과정에서 있던 일부 근로자위원들의 행태는 있을수 없는 폭력"이라며 "어떠한 조건에서도 의사진행을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민주적 절차 진행을 훼손하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최저임금 제도 근간을 흔들고 제도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유사 사건 재발 않도록 근본적 제도 개선을 모색해달라"고 말했다.
류기섭 한노총 사무총장은 "표결 과정에서 일어난 일부 노동자위원들의 표결 저지 행동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과한 측면이 있었다. 노동자위원 운영위원의 한 사람으로서도 유감을 표현다"고 말했다.
이미선 민노총 부위원장도 "표결상황에서 발생한 일에 대해 유감을 표현한다"면서도 "바쁘게 심의를 진행해도 모자를 판에 회의를 불참하는 것은 최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노심초사의 심정으로 바라보는 최저임금 노동자를 생각해 조속한 복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노총과 민노총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각각 조합원 1000명, 500명이 모인 가운데 결의대회를 열었다. 한노총은 "최저임금 실질 인상과 모든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와 사용자들은 36년간 무덤에 있던 최저임금 차별적용을 올해도 시도했으나 양대노총의 끈질긴 공동투쟁으로 끝내 무력화시켰다"며 "지긋지긋한 차별적용을 법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법 개정 투쟁도 올해는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저임금법에 따라 위원회 의결을 위해서는 사용자·근로자위원 각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 한다. 내주 사용자위원들이 복귀할 경우 본격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률을 고려한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을 최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