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의 사상 첫 1만원 돌파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노동계와 경영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노동계는 1만1200원, 경영계는 9870원을 제시한 가운데, 1330원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사 협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11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 수준 논의를 이어갔다. 제9차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과 1차 수정안을 차례로 내놓은 노동계와 경영계는 이날 논의를 통해 간격 좁히기에 나섰다.
지난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 등을 고려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필요하다며 올해 최저임금인 시간당 9860원보다 27.8% 많은 1만260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의 수정안 제시 요구에 올해 대비 13.6% 오른 1만1200원을 다시 내놓았다. 소득 상·하위 5%를 뺀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를 토대로 산출한 금액이다. 한국노총은 "1만2600원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실현 가능성과 실질적 논의 진전을 위해 대폭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계는 4년 연속 동결을 최초 요구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사용자위원들이 논의 끝에 내놓은 1차 수정안은 최초안보다 10원 올린 9870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생계비, 소득분배 등의 결정 기준과 기업의 지불 능력을 고려할 때 더 이상의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중위임금 대비 60%를 넘어섰고, 최저임금 근로자가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최저임금 인상률보다 낮으며, 최저임금 수준이 이미 비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웃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노사 합의 과정에서 1330원의 격차를 좁혀나가야 하는데, 다음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하는 일정을 감안하면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 일정은 매우 촉박한 상황이다. 적어도 내주까지는 결정을 지어야 행정적 절차를 거쳐 내달 초 고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사 양쪽의 첨예한 입장차로 최저임금위원회 안팎에선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래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단 7차례뿐이다.
노사가 막판까지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올해도 ‘캐스팅보트’인 공익위원들의 개입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날 공산이 크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으로 공익위원들의 중재안으로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해왔다. 공익위원들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적정선에서 제시하고, 구간 내에서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