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김태수

북한 김정은과 러시아 푸틴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날 예정이라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푸틴으로서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사용할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제공받는 것이 목적이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공급해 왔다. 특히 최근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프리고진이 이끌었던 바그너 그룹에 북한 무기가 공급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에 김정은이 푸틴을 직접 만나게 될 경우 새로운 군사기술 등을 얻는 등 반대급부를 챙기고 양국 관계를 더욱 굳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들 ‘새로운 악의 축’을 직접 막을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단지 경고를 날릴 뿐이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푸틴 회담이 아직 확정된 것이 없음에도 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은 북한·러시아의 정상급 외교 접촉 가능성에 연이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죽이는 데 쓰일 무기를 러시아에 넘길 경우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설득과 협상의 여지도 남겼다. "우리는 북한을 설득하고, 다른 나라들이 같은 일을 하지 못하도록 계속 모색할 것이다."

미 국방부는 "갈등의 연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고, 국무부도 "주저하지 않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우리는 계속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성명을 내놓았다.

반면 러시아는 북·러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이 아무 것도 없다"고 했으며, 북한 역시 침묵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러시아 예상 방문 일정과 동선이 미국 언론을 통해 일부 공개되면서, 전면 재조정될 거라는 전문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와 여러 정보 기관에서는 북·러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반 국가보안보좌관은 "현재 한국과 서방세계가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지속적인 관찰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은 겉으로는 중립적 위치를 취하고 있지만, 북한이나 다른 적성국가를 통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이는 앞으로 러·북·중의 3각 연합관계 강화를 충분히 예상될 수 있게 한다.

한국도 최근 캠프 데이비드 회담을 통해 미국·일본과 더욱 강화된 3국 동맹을 선언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자유주의진영 대 전체주의진영의 대결 구도는 더욱 굳어지게 된다. 그리고 러·중 연합으로 인해 북한이 국제무대에서 부상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현재 외교면에서 북한을 압도적으로 능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결코 좋은 뉴스가 아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나름의 히든카드를 쥐고 있어야만 한다. 먼저 우크라이나전쟁이 러시아 패배로 끝나는 시나리오를 예상해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러시아 패배가 곧 푸틴의 실각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북한 내부에 유사한 결과로 이어지는, 도미노 효과를 상정한 정책을 예비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패착을 기대할 수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 가까워질수록 중국과의 관계에서 모종의 실수를 범할 수 있다. 북한을 두고 중국·러시아간 어떤 형태든 대결 관계가 일어날 것도 충분히 예상된다. 이들 권위주의 국가들은 각자의 이해관계에만 급급할 뿐, 진정한 전체적 상황 판단이 없음을 주시해야 한다. 북중러 간 모종의 이질적 상황 돌발을 염두에 두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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