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명학
도명학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은 공해가 심각해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생지옥으로 변했다는 선전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특히 서울은 공해로 가로수 잎이 노랗게 죽어가고 창문도 열지 못하고 산다고 했다. 공원도 녹지도 거의 없어 아이들은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라 책에서나 구경한다고 했다. 심지어 남북 교류 차원에서 남쪽을 다녀온 사람들의 체험수기를 통해, 서울에서는 밖에 나갈 때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차를 타도 창유리를 열면 배기가스에 오염된 공기에 질식할 수 있어 여름에도 창유리를 내리지 못하고 땀을 뻘뻘 흘린다고 했다.

북한당국은 그 원인이 "미일 독점 재벌들과 매판 자본가들이 마구 끌어들인 공해산업"에 있다며 주거지역에 연기를 내뿜는 커다란 굴뚝이 있는 사진까지 보여줬다. 그것이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공해산업이라고 했다. 토지 관리, 강·하천 관리도 허술해 장마엔 한강, 낙동강이 넘쳐나 해마다 수해로 사람들이 죽고 이재민들이 발생한다고 했다.

거짓말도 정도껏 해야지 소가 웃다 꾸러미 터질 노릇이다. 필자는 아침마다 창문을 열고 방 공기를 갈 때마다 창문도 못 열고 사는 서울이라던 북의 선전이 떠오른다.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공원이 창밖에 보이고 아파트 사이를 가득 메운 나무숲, 가로수가 무성한 도로, 꽃들이 만발한 꽃밭들과 파란 녹지들, 새들이 우짖는 산책로, 이런 것을 북에선 전혀 소개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타고 갈 때 창문을 잘 열지 않는 것은 소음이 듣기 싫거나 에어컨을 작동시키기 때문이지 배기가스에 오염된 공기가 무서워서가 아니다. 거주 지역 커다란 굴뚝은 공장이 아니라 지역난방, 중앙난방 시설이다. 그것까지 공해산업이라고 한다면 북한은 모든 도시와 마을이 공해지역이다. 가는 곳마다 있는 석탄 보일러 굴뚝에서 시커먼 연기와 먼지가 마구 치솟고 집집의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와 석탄가스로 매캐하다. 화학공장들도 대규모 공장이 아니면 주민 지역에 있다.

북한 굴지의 철강 도시 청진은 김책제철소가 시내 중심과 떨어져 있긴 하나 용광로가 가동하면 주변은 물론 도심 김일성 동상 녹지까지 누런 먼지가 앉는다. 아침에 입고 나간 와이셔츠를 저녁에 빨면 누런 물이 나올 정도다. 시내에 가로수와 공원이 있지만 주변 산들이 전부 민둥산이니 조금만 바람이 세게 불어도 그곳에서 날아온 흙먼지에 눈을 뜨기 어렵다. 평양은 그나마 양호한 편인데도 도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먼지가 많고 서울에 비하면 지저분한 곳이 많다. 어떤 사람은 북한에 공장이 멎어 있고 자동차도 적어 공기가 깨끗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구체적 실정을 모르는 억측이다. 아무리 산업이 없고 자동차가 없어도 산이 벌거숭이고 도시 관리를 제대로 할 여건이 안 되는데 환경이 좋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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