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국이 우리나라 축구 대표선수 손준호 씨를 상하이 공항에서 체포·구금했다. 중국 당국은 뇌물 수수 혐의로 손준호 선수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내외에서는 ‘인질외교’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전의 ‘인질외교’가 보복성이었다면 이번의 것은 ‘협박’ 성격이 강하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한중관계와 개인 구류는 별개"라며 ‘인질외교’임을 부정했다.
◇中 공안,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 손준호 씨 뇌물 수수 혐의로 체포·구금
중국 공안은 손준호 씨를 체포·구금한 뒤 "뇌물 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사건에 연루가 된 건지는 밝히지 않았다. 중국 언론들은 "손 선수가 산둥 타이산팀 감독 하오웨이가 연루된 승부 조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반공 중화권 매체 ‘NTD TV’의 수석 시사평론가 탕징위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데 대한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탕징위안은 "중국이 한국의 스타 선수를 체포한 시점은 한국이 미국·일본과 3국 군사협력을 재개하고 히로시마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직전이었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치밀한 계산"이라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한미관계뿐만 아니라 한일관계도 복원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중국 공산당은 화가 나 있다"면서 "(윤 대통령은) 중국을 억제하려 G7 국가와 연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중국 공산당은 한국 선수를 체포하는 방법으로 무언의 위협을 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질외교’ 지적 나오는데도…외교부 "한중관계와 우리 국민 구류 무관"
손준호 씨의 체포·구금이 중국 공산당의 ‘인질외교’라는 정황은 여럿 보인다. 중국 공안은 손 씨를 체포한 지 사흘이 지나서야 선양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통보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를 모른 척하다 뒤늦게 밝혔다. 왕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질문을 받자 "최근 한국 국민 1명이 ‘비국가공작인원(정부기관이 아닌 기업 또는 단체 소속) 수뢰’ 혐의로 랴오닝성 공안에 구금돼 있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손 씨가 구금된 지 6일 뒤에야 영사 면담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외교부는 "한중관계와 우리 국민 구류는 완전히 별개 사안"이라며 손 씨의 체포·구금이 중국 ‘인질외교’일 가능성을 배제했다.
지난 18일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선양 주재 우리 영사가 17일 손 선수와 면담을 했는데 그간의 조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는 없었다고 했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이어 "수사 진행상황과 관련해서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며 "한중 관계와 우리 국민 구류는 완전히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가 중국의 ‘행패’를 못 본 척 하는 게 처음은 아니다. 2021년 9월 한국무역협회(KITA)는 보고서에서 "지난 7월 캐나다인 마이클 스페이버가 중국에서 간첩죄로 징역 11년을 선고 받았을 때 25개국 외교관만 중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결속했으며, 한국은 침묵했다"고 했다.
◇2018년 12월 화웨이 부회장 체포, 2020년 코로나 대유행 때도 ‘인질외교’
2018년 12월 캐나다 당국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구금하자 중국은 9일 뒤 캐나다인 2명을 간첩 혐의로 체포·구금했다. 이후 중국은 캐나다인 11명을 더 체포·구금했다. 1명에게는 사형 선고를 내렸다.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 받은 이 캐나다인은 멍완저우 부회장이 체포된 뒤 2심에서 주범으로 바뀌더니 사형 선고를 받았다. 캐나다인들은 2021년 10월 멍완저우 부회장이 풀려나자 즉각 석방됐다.
호주도 중국 ‘인질외교’에 당했다. 2020년 초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대유행하자 각국은 바이러스 기원에 의문을 가졌다. 당시 호주는 "중국이 코로나 대유행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중국은 같은 해 9월 중국계 호주인 방송 앵커 ‘청레이’를 간첩 혐의로 체포·구금, 지금까지 그를 가둬놓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