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국군포로 노사홍·한재복 씨는 북한 정부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북한과 김정은이 지급할 손해배상금 4200만 원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을 상대로 추심 청구했다. 경문협 이사장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임 이사장은 북한에 지급할 저작권료 20억원을 갖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김영아 판사는 "북한 당국이 국군포로 2명에게 2100만 원씩 손해 배상하라."라고 판결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처음 인정한 판결이었다. 헌법에 따라 북한을 ‘외국’이 아닌 ‘지방 정부와 유사한 정치 단체’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북한 정권을 ‘반국가단체’ 규정한 대법원 판례에도 충실한 판단이다. 이를 근거로 국군포로 두 사람은 임 이사장이 북한에 줘야 할 돈에 대해 추심 청구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법이 "북한은 경문협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비(非)법인사단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원판결을 뒤집는 판결을 내렸다. "경문협의 돈은 북한 정권이 아닌 북한 주민 개인과 단체 돈이기 때문에 북한 정부가 저작권료 책임을 대신 질 수 없다"라는 것이 판결 취지다. 북한체제가 근본적으로 개인의 권리는 존재하지 않는 수령전체주의라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다. 이 때문에 원고 측 대리인인 사단법인 ‘물망초’는 "집행 과정 절차에 불과한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원래 손해배상 소송의 판단을 뒤집는 이런 괴이한 판결은 처음 본다."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지난 13일 미국 법원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뉴욕주가 압류한 북한 자금 24만 달러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북한이 비법인사단으로 배상 주체가 된다는 판단은 북한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핵심 논거 중 하나인데, 이를 정면으로 뒤집은 이례적 판결"로 보고 있다. 논란의 판결을 한 송승용 부장판사는 우리법연구회 소속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부장판사가 헌법과 대법원 판례, 국제규범에 정면 도전한 것인지, 대한민국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