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고령화 속도와 노인빈곤 문제,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하루빨리 연금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올해 기준 17.3%로 G5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25년에는 20.3%로 미국(18.9%)을 제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합
빠른 고령화 속도와 노인빈곤 문제, 국민연금 고갈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이 하루빨리 연금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올해 기준 17.3%로 G5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2025년에는 20.3%로 미국(18.9%)을 제치고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합

유엔(UN)은 지난 2009년 발표한 ‘노인통계’ 보고서에서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100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것이다.

실제 60세에서 75세를 ‘신중년’이라고 칭할 만큼 100세 시대는 현실화되고 있다.그런데 장수(長壽)가 축복을 의미하기에는 노년의 현실이 생각 이상으로 초라하다. 고령화 속도는 빠른데, 노인빈곤율은 맨 앞을 달리고 있다. 생계를 유지하려면 국민연금(노령수당) 등 사회보장연금과 함께 몸으로 때우는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자리도 찾기 어렵다. 황혼의 기상도에 구름이 짠뜩 끼어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0년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0.4%로 OECD 37개국 가운데 1위였다. 이는 주요 5개국(G5) 평균인 14.4%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3.0%, 20.0%다. 영국은 15.5%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9.1%, 4.4%에 불과하다.

이 같은 상황은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고령층 인구의 비율은 급속하게 늘고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높은 것이다.

통계청의 조사대상은 55세에서 79세까지의 고령층 인구 1476만6000명이다. 이 가운데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등 연금 수령자 비율은 48.4%인 714만1000명, 월평균 연금 수령액은 64만원이었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해 보면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25만∼50만원 미만 비중이 38.1%에 달하는 반면 150만원 이상 수령자는 9.5%에 불과하다. 연금을 아예 받지 못하고 있는 고령층 인구도 762만5000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 중에서도 국민연금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것은 물론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있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다. 노후소득보장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이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연금을 받고 있는 고령층 인구도 소득대체율이 20% 수준이다. 은퇴 전 벌어들인 소득에 비해 은퇴 후 받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이 5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다. 이것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지난해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만 해도 109만6000원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유독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자리에서 일찍 밀려나는 것이다. 고령층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 그만둘 당시의 평균 연령은 49.3세였는데, 이런 고령층이 524만5000명에 달한다. 결국 쌓아둔 재산이나 연금이 부실한 노인은 ‘생활전선’에 내몰려 개미처럼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고령층 인구 가운데 장래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8.1%인 1005만9000명으로 지난 2020년보다 0.7%포인트인 43만9000명 증가했다. 이들의 근로희망 사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가 58.7%에 달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장래 일하기를 원하는 고령층은 평균 73세까지 일하기를 원했다. 70세를 넘긴 70~74세의 고령층은 79세, 그리고 75~79세는 82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일자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연금과 더불어 손꼽히는 고령화 대응책이 일자리이지만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어 고령층의 취업 기회를 감소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파견제와 기간제 규제가 엄격하다. 특히 해고 비용이 높아 기업이 다양한 인력을 활용하면서 유연하게 고용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막혀 있다.

G5 국가들은 제조업을 포함한 대부분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미국을 비롯해 영국·일본은 파견제와 기간제 기간도 무제한이다. 한국은 2년이다. 근로자 1명을 해고할 때 소요되는 퇴직금 등 해고 비용도 G5는 평균 9.6주치 임금인데, 한국은 그의 2.9배인 27.4주치의 임금이 발생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의 급속한 고령화는 노인 구직난과 함께 빈곤으로 이어진다. 악순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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