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 의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합병(M&A)이 끝내 무산됐다.
16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 신고 철회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이에 공정위는 계약 종결을 확인하는 대로 사건절차 규칙에 따라 심사 절차를 종료할 예정이다.
이번 기업결합 철회는 13일(현지시간) EU 경쟁 당국이 양사의 M&A를 승인하지 않기로 공식 결정한 데 따른 조치다. EU 시장을 포기한 기업결합은 실익이 없는 만큼 양사가 스스로 M&A를 포기한 것이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는 물론 국내 조선업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라는 빅2로 재편해 과당경쟁을 막으려 했던 전략도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EU 경쟁당국은 "두 기업의 결합이 LNG 운반선 시장을 60% 이상 점유하는 지배적 회사의 탄생으로 이어져 경쟁을 저해한다"고 불허의 변을 설명했다. 세계 3위 LNG 수입국인 EU 입장에서 LNG 운반선 시장의 독점은 선박 가격 상승을 이끌 가능성이 크고, 이는 LNG 운임 상승과 그에 따른 LNG 가격 인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일단 정부는 EU 결정에 아쉬움을 표명하면서도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근 조선산업 여건이 크게 개선돼 국내 조선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기업결합 추진을 결정했던 2019년에는 수주절벽과 장기불황 여파로 국내 조선사 간 가격경쟁, 과잉공급 해소가 시급했지만 지난해부터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발주가 이어지는 등 상황이 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다. 곧 새주인 찾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망은 암울하다. 대우조선해양이 잠수함 등 방위산업을 영위하고 있어 해외매각이 불가하고, 과거 관심을 보였던 포스코·한화·효성 등은 수소·우주항공 등 신사업에 대대적 투자를 결정한 상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시적 조선업 호황을 보고 부채비율이 300%에 이르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설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방산부문을 떼어내 해외매각하는 것이 유일해 보이지만 LNG선 등 핵심기술이 유출된다는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