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지지율에 악영향” 예측과 정반대 상황 전개
강성친문인 故이병철 매도한 이재명 측에 배신감도

지난 2019년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당시만 해도 ‘헛소리’ 취급을 받았지만, ‘김건희 녹취록’이 공개되자 ‘성지글’로 대접받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고 있다. /온라인 캡처
지난 2019년 9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당시만 해도 ‘헛소리’ 취급을 받았지만, ‘김건희 녹취록’이 공개되자 ‘성지글’로 대접받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보고 있다. /온라인 캡처

‘김건희 녹취록’이 공개되자 예상치 못했던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적어도 이 녹취록이 공개되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가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던 더불어민주당의 기대와 같은 방향은 아니다.

특히 강성 친문 지지자들이 민주당을 향해 실망감 섞인 반응을 내놓으며 민주당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16일 MBC는 자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20여 차례, 도합 7시간 가량 통화한 내용의 일부를 공개했다.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국민의힘과 김씨 측이 법원에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을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관심이 집중됐다.

법원이 사생활이 담긴 일부 내용은 제외하고 보도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 결정사항은 법원 결정문에 ‘별지2’로 첨부됐는데, 법원 결정 이후 별지가 온라인상에서 유포됐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언급이 눈길을 끈다. 김씨가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임명 당시를 회상하는 부분이다.

조 전 장관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건희씨가 보도금지를 신청하여 MBC가 보도하지 못하게 된 발언 중 내가 관련된 부분"이라며 김씨 발언 일부를 소개했다.

조 전 장관에 따르면 김씨는 "원래 우리는 좌파였다. 그런데 조국 때문에 입장을 바꿨다. 대통령이 조국을 싫어했는데, 좌파들이 조국을 억지로 그 자리에 앉히는 바람에 우리가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하여 일을 벌인 거다"라고 발언했다.

조 전 장관은 "이 세 개의 문장 모두 황당하다"며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서울의 소리’는 전형적인 좌파 매체다. 이 매체 기자와의 통화에 응한 김씨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원래 좌파였고 문재인 대통령을 도우려 했다"는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또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 임명될 당시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이 재조명을 받으며 김씨의 발언이 사실일 가능성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이 커뮤니티에는 2019년 9월 3일 "지금 청와대가 조국한테 물려있다. (조국을) 내치고 싶은데 조국세력이 탄탄하다.(김어준 패거리) 대통령이 (조국을) 자기손으로 쳐내질 못하니 조국이 원하던 봉욱을 검찰총장 안시키고 윤석열 임명했다고 한다. 그래서 (윤석열에게 내린) 첫 지시가 여야 가리지말고 조사해라 이거였다고한다. 법무부장관을 사퇴시키고싶은 대통령 마음을 읽고 윤석열이 움직였다고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이 올라왔던 당시만 해도 ‘헛소리’로 치부되며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문 별지가 유포되자 ‘성지글’로 재평가받으며 사람들이 앞다퉈 찾아보는 글이 됐다.

이런 내용이 온라인을 타고 널리 퍼지자 친문성향 커뮤니티의 여론도 들썩들썩하다. 친문성향의 한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날 "윤석열이 (문)대통령 배신한 줄 알았는데 사실 조국이 문제였네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작성자는 "조 전 장관이 권력 욕심이 좀 있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걸 보니 대통령에게 애초에 충성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윤석열이 (검찰총장) 임명될 때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한다’는 말을 했던 것도 ‘조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말로 해석해야 될 것 같다"고 적었다. 이 글은 커뮤니티 회원들의 많은 공감을 얻으며 ‘윤석열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방송 시점도 문제였다. 지난 11일 ‘대장동게이트 진상규명 범국민연대’(대진범) 공동대표였던 이병철씨가 갑작스럽게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 의혹을 덮기 위해 방송을 강행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더구나 이씨는 19년동안 민주당만 지지해 온 핵심당원이었고 강성 친문 지지자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 변호사를 거짓 제보자로 매도했고, 이 변호사의 장례식장에도 민주당 사람은 전혀 방문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친문 지지자들의 실망감이 더해진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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