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영국 옥스퍼드대학에는 7개의 신학대학이 있다. 그중 하나가 위클리프 홀 (Wycliffe Hall)이다. 종교개혁의 샛별로 불리는 존 위클리프 성인을 기리는 신학대학이다. 1328년에 태어난 위클리프는 옥스퍼드대학에서 수학했고, 역사상 최초로 헬라어로 된 성경을 영어로 번역해 일반인들에게 전파했다. 그는 교황이나 군주가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권위와 권력을 사용할 경우, 하나님의 백성들은 그 권위에 복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성경이야말로 ‘백성의, 백성에 의한, 백성을 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도록 만백성들에게 널리 전파되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바로 이 대목은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이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그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인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의 복사판이기도 하다. 워싱턴 메모리얼파크에 자리한 링컨의 동상은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링컨이 바로 위클리프의 메시지를 자신의 연설문에 인용한 사실은 링컨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아직 잘 모른고있다.

교황과 군주들의 이유 없는 징세와 폭력에 시달렸던 농민들은 위클리프의 메시지를 앞세워서여기저기서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성경이야말로 믿음의 백성 모두에게 주는 하나님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개신교의 중심가치인 ‘신과 나’라는 신앙공식이 성립되게 만들었다. 가톨릭이 주도하는 일사불란한 집단의식, 권력 행사로서의 제사와 기도 등을 부정했다. 걸어가면서 중얼중얼 마음속의 신과 홀로 대화하는 최초의 인류, 즉 근대적 개인이 비로소 태어나게 되었다. 명예혁명으로 근대국가를 완성했던 영국의 자유주의 전통에는 개신교적 기독교사상이 그 뿌리를 형성하고 있다.

세월이 흘러 21세기 현재, 포스트모더니즘과 양성평등사상으로 단련된 전 세계의 페미니스트들이 옥스퍼드 위클리프 홀 대학의 폐교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 이유는 이 대학의 기독교 성서연구가 지나치게 남성중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란다. 천년 역사의 옥스퍼드대학도 21세기 페미니스트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