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는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완료 시점을 6월에서 3월로 앞당기고 이후 세 차례 금리 인상을 한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미 연준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가운데 4조 달러에 해당하는 자산을 매각해서 시중의 돈을 거두어들이는 양적 긴축도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미 연준이 이러한 발표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으로 인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6.8%로 크게 올라, 거의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2022년 전미경제학회에서 대부분 경제학자는 이 인플레이션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전망을 했다.
코로나 확산과 미·중갈등으로 공급망 충격이 발생했고, 여기에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으므로 물가가 오르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신냉전이라고 부르는 미·중갈등 장기화에 따라 공급망 회복도 쉽지 않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도 발생할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우리도 역시 높은 물가상승을 경험하고 있는데, 헝다사태 등으로 중국경제 성장도 둔화하고 있어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수출은 더욱 어려움이 예상된다.
미국 금리가 인상되면 비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자본이 빠져나가게 되어 외환부족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체결했던 한미통화스와프 연장이 불발되어 작년 말로 종료되었고, 한일통화스와프는 이미 2015년 종료되었다. 비상금이 없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보유한 4,639억 달러의 외환보유고가 충분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적정 외환보유고 수준은 기관에 따라 다르다. 국제결제은행(BIS) 권고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적정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 수준이므로, 현재 우리의 외화보유액은 적정 수준의 절반에 불과해 매우 부족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중은 28%인데, 이는 스위스(145%)나 싱가포르(140%), 대만(90%) 등에 비해 크게 낮다. 반면에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적정외환보유고를 3639억~5459억 달러 수준으로 파악했다. 한은에서는 이 IMF 기준에 따라 현행 외환보유고를 적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적정 여부는 차치하고, 현재의 외환보유고가 안심할 수준은 아니므로, 외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가계부채와 자영업자 부채 문제가 폭발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는 104.25로 세계 37개 주요국 중 가장 높고 증가 속도 또한 6%p로 가장 빠르다. 게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의 부채가 887조 원을 넘었고, 그 증가율은 14.2%로 가계대출 증가율(10.85%)을 넘어섰다. 이번 3월에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능력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한계 자영업자들이 파산해 부채를 못 갚으면 그 여파가 금융권으로 퍼지고 결국 경제위기를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위기 가운데에서도 대선후보들은 돈 풀기 경쟁에 여념이 없다. 이재명 후보는 전 국민 지원금을 주기 위해서 설 전에 추경 30조 원을 제안했다. 새해 첫 달에 추경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어이가 없다. 새 정부 출범 100일 동안 자영업자 피해 전액 보상을 위해 50조 원을 쓰겠다는 윤석열 후보도 돈 풀기 경쟁에는 마찬가지이다. 오직 눈앞의 표에만 관심을 두는 후보들을 보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