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지도자' '소신파 보수' 공존...성소수자 인권, 이민자 문제 놓고 EU와 대립
트럼프 "터프하지만 존경받는 인물"...4월 3일 총선, 야권연합-집권당 지지율 박빙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021년 정부의 마지막 회의가 끝난 후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021년 정부의 마지막 회의가 끝난 후 지난해 12월 21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에서 연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아데르 야노시 헝가리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총선일을 4월 3일로 확정했다. 빅토르 오르반 총리의 4연임 성공 여부가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다.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총선 승리 이래 12년째 권좌를 지켜 왔다. 지지 세력이 굳건한 오르반 총리에 맞서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정권 교체를 노리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진보·보수 정당과 녹색당을 아우른 야권 연합이 오르반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피데스(Fidesz)와 박빙의 지지율 차이를 보였다. 한편 헝가리 중부 도시 호드메조바셸리의 미터 마크자이 시장 또한 서로 다른 성향의 5개 야당을 엮어, ‘모두를 위한 헝가리 운동’으로 맞서는 중이다.

이번 헝가리 총선은 유럽 정세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권위주의 통치 방식으로 비난을 받아 온 오르반 총리가 또 승리할 경우, 유럽연합(EU) 내 동유럽 국가들의 독자 노선 움직임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EU의 정치적 통합 노력과 난민 정책에 대한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가치 지향 애국’을 중시하는 성향의 지도자들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을 무조건 ‘극우파’ ‘강경 민족주의’로 몰아 비난하기 전에 문맥을 살필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특히 오르반 총리는 자신이야말로 ‘민중과 더불어 함께하는 민주주의자’라며 유럽의 엘리트 통치자들과 선을 그었다. 자국 중심주의 및 보수 기독교 가치에 기반 한 통치 방식이 국내외에서 법치주의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EU 통합에 반대하는 세력의 지지를 받으면서 헝가리를 뛰어넘는 지도자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터프한 걸 알지만 존경받는다", "이민 관련 해서 올바른 일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논평이었다.

강력한 이민 반대 정책은 다른 나라의 공감까지 이끌어냈다. 2015년 유럽으로 난민이 몰리면서 이웃 폴란드에서 야로슬라프 카친스키가 이끄는 ‘법과 정의당’ 집권 하에 동맹의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프랑스 대선 후보인 마린 르펜의 지지도 받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 밖에 이주민·성소수자 인권 이슈 등을 들러싸고 수시로 EU와 대립 중이다. 지난 2010년부터 재연임에 성공해 ‘빅테이터(Viktator:빅토르와 독재자의 합성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8년 총선에서 승리하며 35살 최연소 총리 기록, 2002년과 2006년 총선에선 잇따라 패배했으나 2010년과 2014년 총선에서 또 다시 승리를 거머줬다. 2014년 이후 ‘비자유주의적(illiberal) 민주주의’ 표방이 특히 주목된다.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법치와 개인자유를 침해’하는 경향에 대한 비판을 담았다. ‘자유를 자유주의로부터 해방시키겠다’는 것으로, 지나친 ‘정치적 올바름(PC)주의’가 오히려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다. 일련의 행동이 다른 유럽 지도자들과 차별화되면서 오르반 총리를 EU의 반항아에서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하게 만들었다.

한편 ‘아동 보호법’ 입법을 위한 국민투표도 총선날 같이 치러진다. 작년 말 성소수자 차별 논란을 부른 사안이다. 피데스가 주도하는 헝가리 의회는 작년 6월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한 법안을 가결했지만, ‘차별’ 여론으로 인해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동성애 문제가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얼마나 보편적이고 첨예한 사회문제가 돼 있는지 말해준다.

집권당 대표 재선 성공한 오르반 헝가리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가)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집권 피데스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압도적 과반의 지지로 피데스당의 대표에 재선됐다. /신화=연합
집권당 대표 재선 성공한 오르반 헝가리 총리.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지난해 11월 14일(현지시가)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집권 피데스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압도적 과반의 지지로 피데스당의 대표에 재선됐다. /신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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