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콧-FM코리아 캡처.
바이콧-FM코리아 캡처.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멸공(공산주의를 멸함)’ 발언 이슈가 좌파 진영과 우파 진영의 소비자 운동으로 확전되고 있다. 멸공 언급에 반발하는 좌파 진영이 신세계그룹과 계열사에 대한 ‘보이콧(불매)’ 운동을 전개하자 우파 진영이 결집해 ‘바이콧(구매)’ 인증으로 맞불을 놓으며 좌우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중이다.

1라운드가 정치권 안에서의 언전(言戰)이었다면 2라운드는 현실에서 펼쳐지는 좌우 진영간의 실력행사라는 점에서 양측의 대립은 3월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미니 대선’이 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실정(失政)을 심판하려는 정권교체 열망과 최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가 바이콧에 불을 지피면서 보이콧 열기는 추진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13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신세계그룹 계열사를 더 많이 이용하자는 ‘YES 바이콧’ 이미지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스타벅스 등 소매사업을 영위하는 신세계 계열사에서 제품을 구입하고 사진을 인증하는 시민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번 바이콧 열풍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2019년 일본 불매운동 당시의 ‘NO재팬’ 포스터를 모방해 ‘NO, 보이콧 정용진,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이미지를 게시하며 불매운동을 종용하면서 촉발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줄곧 부르짖던 여권의 정치인들이 ‘커피는 동네 커피가 최고’ 등의 SNS를 올리며 갈등을 부추기는 일도 있었다.

그러자 2030세대가 주축인 인터넷 커뮤니티 ‘FM코리아’에서 ‘YES 바이콧, 갑니다, 삽니다’라는 이미지 표어가 등장했고, 보수층의 지지를 통해 바이콧이 급속 확산됐다. 현 상황에 대해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 대상의 보이콧을 많이 봐왔지만 한 사안을 놓고 ‘불매’와 ‘돈쭐’ 운동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마치 대선의 대리전을 치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몇몇 전문가들은 보이콧과 바이콧의 대립이 현재의 대선 구도와 닮아 선거 결과를 미리 엿보는 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승부의 무게추는 조금씩 바이콧으로 기우는 모양새다. 불매 지지층이 보이콧의 효과라고 내세운 신세계의 주가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신세계 주가는 지난 10일 전날 대비 6.8% 급락하며 시가총액 1670억원이 증발했다. 계열사를 포함하면 2000억원 규모다. 이에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멸공도 좋지만 본인 사업 먼저 돌아보라"고 타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11일과 12일 주가는 각각 2.58%, 3.54% 상승했다. 13일에는 하락세로 출발했지만 낙폭이 줄면서 결국 0.41% 올랐다. 3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시총 복구도 눈앞에 두게 됐다.

앞서 10일의 하락 또한 중국사업 차질을 우려한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매도 영향 탓이다. 개인투자자는 오히려 204억원 순매수했다. 주가 하락이 개미에게는 매수 타이밍이 됐던 셈이다. 이마트의 경우 10일 소폭이나마 상승했고, 11일 하락과 12일 상승을 거쳐 13일에는 보합세를 보였다. 김창권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정 부회장 발언과 같은 비(非) 사업적 악재는 일시적 조정에 그치기 마련"이라며 "핵심은 기업 본연의 경쟁력인 만큼 작은 재료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이마트가 지분 67.5%를 갖고 있어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스타벅스 역시 ‘타격감 제로’의 모습이다. 오히려 가격인상을 앞두고 인상 전 가격이 적용된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구입하려는 고객이 몰려 카카오톡 선물하기 코너의 상위 랭킹을 스타벅스 제품이 싹쓸이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인지 46종의 음료가격이 100~400원 오른 첫날인 이날도 대부분의 매장은 평소처럼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논리적 비약은 있겠지만 신세계그룹을 둘러싼 멸공 논란을 소(小) 대선으로 치환한다면 민심이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더 많이 희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며 "MZ세대들은 현 정부의 반기업 정서보다 ‘표현의 자유’가 주는 가치를 더 중시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최대 주주인 스타벅스는 보이콧과 바이콧 지지층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가격인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체감 가능한 수준의 고객 수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최대 주주인 스타벅스는 보이콧과 바이콧 지지층의 최대 격전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가격인상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체감 가능한 수준의 고객 수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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