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소사이어티society(societe·Gesellschaft 등)의 번역이다. 정치 결사체에 ‘~社’ ‘~會’가 쓰이곤 했으나, 社+會로 오늘날의 뜻이 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Society란 오랜 세월 형성된 근대 시민사회를 배경으로 나온 말이다. 그런 현실 자체가 동북아에 존재하지 않았으니 불가사의한 개념일 수밖에 없었다. Society는 individual(개인)의 집합체다. 조선·중국 역시 비슷한 처지였는데, 중세 일본인들은 영주의 봉토(kuni國·han藩)에서 특정 신분에 속해 있을 뿐 ‘개인’으로 존재해 본 적이 없었다.
17세기 이래 쇄국시대 일본은 네덜란드(和蘭)에만 제한적 교역을 허용했다. (기독교)포교에 관심 없이 장사만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덕분에 네덜란드를 경유한 유럽의 학문·기술·문화 등, ‘란가쿠蘭學’가 성립한다. 18세기말 일본 최초의 네덜란드어 사전은 ‘마츠하페maatschappij’(=society)를 동사(교제하다·모이다)로 소개했다. 명사 번역어가 등장하는 것은 19세기 들어서다.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를 만들어낸 상업대국 네덜란드의 영향인지, 일본인들은 ‘會社(kaisha회사)’와 ‘社會(shakai사회)’를 혼동하기도 했다. 영어 company(회사)에 ‘일행(함께 함)’의 의미가 있듯 ‘그게(회사) 그거(사회)’ 같아 보였을 수 있다. 아무튼 仲間(nakama동무) 組(kumi동아리·패거리) 連中(renchu떼) 같은 어휘들과 경쟁하다, 19세기 중후반 ‘모임·집회’를 뜻하는 ‘社會’가 자리잡는다. 다만 여전히 ‘좁은 범위의 인간관계’였다.
1933년 옥스포드 사전은 society를 (1)사람들과의 (친밀한) 결합·모임, (2)공존을 목적으로 상호 이익·방어 등을 위해 개인의 집합체가 택하는 생활 조직·방식이라고 기술한다. (2)번 내용을 파악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근대적 ‘개인’에 기반한 ‘익명 다수의 공동체’가 인식되지 않는 한, society는 이해 불가능한 개념이었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