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주류세가 리터당 20.8원 오르면서 국내 맥주 가격이 줄인상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연합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주류세가 리터당 20.8원 오르면서 국내 맥주 가격이 줄인상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맥주를 고르고 있다. /연합

새해 들어 커피, 라면, 햄버거 가격이 연이어 오르며 서민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드는 가운데 맥주도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할 전망이다. 원재료비 상승에 주류세 인상이 더해지면서 국내 맥줏값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한 번 상향조정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샤워 후 맥주 한 캔의 ‘소확행’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지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이다.

1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 주류세 인상을 앞두고 주요 맥주업체들이 가격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맥주업계 빅3는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진 인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인상 자체가 아닌 인상률과 발표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본다. 세금과 공급가는 정비례하는 데다 지난해(ℓ당 4.1원)의 5배나 되는 주류세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격인상 외에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6일 기획재정부는 ‘2021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고, 오는 4월 1일부터 1년간 맥주에 부과되는 주류세를 ℓ당 855.2원으로 확정했다. 전년의 834.4원과 비교해 20.8원(2.49%) 인상된 금액이다.

이번 주류세 인상 폭은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연동해 결정됐다. 맥주의 세금은 생산량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종량세고, 종량세는 매년 전년도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다. 물가 상승에 따른 제품 가격인상이 주류세 상승으로 이어지는 소주 등 종가세(제조단가 기준) 적용 주류와의 형평성을 위한 조치다. 그런데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10년 만의 최고치인 2.5%를 기록했다. 올해 맥주 주류세 인상분이 역대급인 이유다.

여기에다 맥주업계는 지난해부터 맥아·홉 등의 원재료와 부자재(알루미늄 캔) 가격 인상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에는 물류비까지 요동치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의 주류세 인상 폭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주는 격"이라며 "4~5월 경 빅3를 중심으로 맥줏값 줄인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실 맥줏값 인상의 뱃고동은 이미 울렸다. 당장 편의점에서 ‘4캔 1만원’ 상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지난달 수입 맥주 1위 업체 하이네켄코리아(하이네켄·에델바이스·타이거·애플폭스)가 4캔 묶음 프로모션 가격을 1만1000원으로 10% 올리면서부터다. 이어 오비맥주(버드와이저·스텔라·호가든)와 하이트진로(블랑1664), 산미상사(산미구엘)가 그 뒤를 따랐다.

수제맥주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업계 최강자인 제주맥주가 최근 가격인상을 확정하면서 여타 업체들의 도미노 인상이 유력하다. 제주맥주는 내달 1일부터 제주위트에일, 제주펠롱에일, 제주거멍에일 등 주요 제품 6종의 출고가를 10% 인상할 계획이다.

이처럼 술술 오르는 맥줏값에 ‘집맥족’과 ‘홈술족’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30대 직장인 한 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면 만남을 자제하면서 퇴근 후 샤워를 끝내고 맥주 한캔 마시는 게 삶의 큰 낙이었다"며 "올해 맥줏값이 더 오르면 이마저도 부담스러워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40대 주부 정 모씨도 "남편이 홈술족이라 종종 저녁식사를 마치고 작은 맥주 파티를 즐기곤 한다"면서 "월급은 제자리인데 맥주 가격이 계속 올라 회수를 줄여야 할지 고민"이라고 전했다.

맥줏값 인상은 비(非) 집맥족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맥주 가격 인상률은 대개 주류세 인상률을 웃돌기 마련이며, 도매가보다는 소매가 인상 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0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물가가 0.5% 상승에 그쳐 주류세 인상분도 적었지만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는 업소용 병·생맥주와 가정용 페트병 맥주 가격을 1.36% 올렸다. 특히 편의점 기준 일부 제품은 가격 인상률이 23%에 이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인상률에 따라 일반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병맥주 가격이 기존 4000~5000원에서 5000~6000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 매년 물가 상승률이 주류세에 반영되는 만큼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병맥주 6000원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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