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눈에 확 띄는 영화 한 편을 발견했다. 좌파 성향이거나, 범죄 영화 일색인 열악한 환경을 뚫고 탄생한 ‘착한 영화’란 점도 특기할 만하다. 그 영화는 지난해 가을 개봉했다. 그땐 미처 못 챙겨봤고, 보름 전 TV 영화채널을 통해서 봤는데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다. 한국영화 최초의 쥬크박스 뮤지컬 영화이기도 한 ‘인생은 아름다워’ 얘기다.

쥬크박스 뮤지컬은 대중의 귀에 익숙한 기존 히트곡을 영화 스토리에 적절히 얼버무려 만든 뮤지컬을 말한다.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맘마미아’(2008), ‘맘마미아2’(2018)가 대표적이다. 이런 멋진 영화가 진작에 등장했어야 옳았다. 우리가 어떤 민족이던가? 정통 연극에 대한 관심은 시들해도 뮤지컬 무대에 대한 관심만큼은 화끈하지 않던가.

올해 뮤지컬 장르 총매출은 4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스크린에서도 인기다. 2016년 ‘라라랜드’는 300만을 모았고, ‘레미제라블’은 600만이었다. 막상 국내 뮤지컬 영화는 유례가 드물다. 지난번에 언급했던 안중근을 다룬 뮤지컬 영화 ‘영웅’, 그리고 그 직전 선보인 게‘인생은 아름다워’다.

그 영화는 한마디로 ‘한국판 라라랜드’다. 자신의 생일선물로 첫사랑을 찾아달라는 황당한 요구를 해온 아내 세연(염정아)과 마지못해 전국을 누비며 과거 여행을 떠나는 남편 진봉(류승룡) 부부 얘기다. 영화를 보며 깍쟁이 도시 이미지의 염정아가 그렇게 사랑스러운 여배우였나를 처음 알았다. 류승룡도 곳곳에서 힘을 뺀 노래를 하는데, 그렇게 멋졌다.

인터넷상에서 "내 인생 영화다""이런 영화가 1000만을 가야 하는거 아닌가요?"란 고백을 확인하는 건 어렵지 않다. "부모 모시고 가족이 함께 봤다" "눈물 콧물 다 뺐다"는 반응도 수두룩하다. 누구는 내러티브 자체가 신파라고 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좌빨 코드와 범죄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 ‘인생은 아름다워’의 진가를 몰라봤을 것이다.

실제로 한 포털은 이 영화 평점에 8.9를 줬다. 관객동원 117만 명에 그친 게 아쉽지만 중요한 건 나비효과다. 좌편향에 더해서 매번 사기치고 당하고 때리는 고약한 영화의 틈을 뚫고, 이렇게 착하고 멋진 뮤지컬 영화가 등장한 것 자체가 의미있다. 제비 한 마리 찾아왔다고 봄이 온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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