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코로나19라는 악몽으로부터 깨어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락했던 정제마진이 최근 석유제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6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달러 대비 4배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제외한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통상 배럴당 4∼5달러가 손익분기점 최후 저지선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석유 수요가 급락하면서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갔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배럴당 1~2달러에 머물렀다. 때문에 정유 4사는 2020년에만 무려 5조1000억원 규모의 합산 적자를 냈다. 역대 최악의 성적표다.
이후 백신 보급 확대와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조금씩 회복해 올해 6달러로 올라섰고, 당분간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미국·유럽·아시아 등지의 석유제품 재고가 부족한 상황인 데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 여력도 이전보다 떨어져 석유제품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정유 4사는 지난해 석유 수요 회복에 따른 흑자전환에 이어 올해 흑자 규모를 더욱 키울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두 달 이내에 보고서를 낸 증권사의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7912억원, 에쓰오일은 2조8400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해보다 각각 3000억원, 4000억원 증가한 수치다. 특히 에쓰오일은 올해 창사 이래 최대 영업이익이 예상됐고,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실적 개선이 확실시됐다.
하나금융투자 윤재성 애널리스트는 "올해 석유제품 공급 부족과 정제마진 강세가 예상된다"며 "차량 이동량과 항공기 운항 증가 등의 영향으로 석유제품 수요 역시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